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상장 철회 기업 수가 결국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의 높아진 상장 심사 문턱에 이달 들어서만 6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며 역대 가장 많은 상장철회를 기록했던 2021년보다도 그 수가 늘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리비콘, 원포유, 시아스, 마키나락스, 엔더블유시, 이노테크 등 6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통상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적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최종 미승인 결정 이전 거래소와 논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상장을 철회하곤 한다.
올해 들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은 총 41개사에 이른다.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던 2021년의 40개사를 넘어섰다.
최근 거래소가 밀려드는 IPO 심사 청구에 특별심사TFT를 가동하면서 철회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8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이노테크는 심사에 들어간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철회를 결정했다. 연초 약 1년 가까이 심사 기간이 소요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도 최근 들어 훌쩍 높아진 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IPO 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 안팎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거래소 심사 문턱이 이제는 어느 정도 기준이 정해진 분위기”라면서 “특히 기술성 평가 기업의 경우 사업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겠다는 느낌이 역력한 만큼 향후 주관 업무에도 전략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기술평가특례나 성장성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기업의 수는 총 35개사에 이른다. 올해는 그 수가 28개사로 줄었다. 마키나락스, 엔더블유시를 비롯해 올해 상장 철회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 입성을 추진했다.
현재 거래소 심사를 앞둔 예비심사기업도 거래소의 최종 심사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거래소의 심사 대기 명단에는 아직도 43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 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현재 거래소 결정을 대기하고 있다. 5~6개월째 장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에스엠랩, 다원메닥스, 아이지넷 등은 모두 기술성 또는 사업 특례로 상장을 청구한 기업들이다. 이달 중 연이어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IPO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케이뱅크는 물론 LG CNS, 서울보증보험까지 대어가 줄줄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중소형 상장사의 증시 입성 환경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도 다각도로 회수 전략을 재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