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부진한 수요예측 성과에 결국 재차 상장을 미뤘다.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이차전지 안전부품 제조기업 성우가 희망 공모가 최상단을 초과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 공모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향후 IPO 시장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올해 처음으로 공모 절차 추진 과정에서 상장을 접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IPO 연기를 결정하면서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주모집 4100만주, 구주매출 4100만주에 이르는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IPO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수요예측이 연기된 가장 큰 이유로 구주매출을 진행하기로 한 글로벌 재무투자자(FI) 반대가 컸던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당시 대비 회수 수익이 변변치 못했던 셈이다.
실제 공모과정에서 구주매출 지분을 내놓은 BCC KINGPIN, LLC, KHAN SS L.P., 카니예 유한회사,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 등은 2021년 케이뱅크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당 6500원의 가격으로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번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하단(9500원)은 물론 이에 못미치는 가격을 제시하면서 결국 FI들도 연기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의 연이은 상장 실패는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 책정 때문이라는 것이 IPO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2022년 첫 상장 추진 당시는 물론 이번 공모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뱅고프와 SBI스미신뱅크 등 카카오뱅크보다도 높은 PBR을 보유한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군으로 잡으면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더구나 2021년 유상증자 이후 업비트 관련 자산이 증가했다는 점 외에는 뚜렷한 성장세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몸값을 높여 잡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같은 기간 공모를 실시한 코스닥 상장 추진 기업인 성우의 경우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2만9000원을 초과하는 3만2000원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이에 성우는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공모자금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내년초에는 공모 구조를 바꿔 상장에 재도전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행보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미 증권거래소 비상장 등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 주식은 공모 철회 소식 이후 8000원을 밑도는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IPO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기대 이하의 수요예측 성과는 결국 토스나 컬리와 같은 장기간 상장을 미루던 대어급 유니콘 기업의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면서 “제 몸 값을 받기 위한 내부 구조 개편이 필요해질 시점”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