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은 남창희 물리·광과학과 교수와 성재희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강력장 양자전기역학 현상인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21일 밝혔다.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즉 전자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이론은 특수 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해 만든 양자전기역학이다. 약한 빛의 양자전기역학은 1950년대까지 이론이 완성되고 검증도 완료됐으나 강력한 빛에 의한 양자역학적 진공이 빛-물질 상호작용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장 양자전기역학은 관련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양자역학적 진공은 일반적으로 또는 고전물리에서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지만 양자역학적으로는 입자와 반입자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하고 소멸하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이를 양자역학적 진공이라고 한다.
강력한 빛과 물질이 상호 작용하게 되면 양자역학적 진공 요동이 상호작용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함을 1930년대에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레이저의 출력이 너무 세기 때문에 지금까지 증명할 수 없었다.
보통 전자 한 개와 광자 한 개가 충돌하지만 빛이 충분히 세면 전자 한 개와 많은 수의 광자가 동시에 충돌하면서 고에너지 광자 한 개가 발생한다. 이를 비선형 콤프턴 산란이라고 하며, 새로운 상호작용 영역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물리 현상을 뜻한다.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실험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연구가 10여 년 전부터 유럽, 미국, 중국 등 초강력 레이저 시설을 보유한 그룹에서 추진돼 왔다. 최근까지 비선형 콤프턴 산란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나 빛이 충분히 세지 못한 영역에서의 결과만 제시됐을 뿐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빛의 세기가 극히 강력한 영역에서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직접적으로 실증함으로써 빛-물질 상호작용의 새로운 탐구 영역을 개척했다. 초강력 레이저를 두 개의 빔으로 가른 뒤 하나의 레이저 빔은 기체에 집속시켜 고에너지 전자를 발생시키고, 다른 빔은 이 고에너지 전자와 충돌시켜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일으켰다.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세기의 4 페타와트(PW)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비선형 콤프턴 산란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번 연구 성과로 강한 세기의 빛-물질 상호작용에 대한 기존의 실험적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일어나는 천체 현상을 지상에서 구현할 가능성을 열었다.
남창희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 연구가 양자적 진공이 상호작용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영역 즉, 강력장 양자전기역학에 진입하게 됐고 진공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면서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한 빛-물질 상호작용의 연구를 통해 다양한 천체 현상을 지상에서 구현하여 지금까지 제시된 이론적 예측을 확인하고 새로운 물리 현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