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2주 앞으로] 산업계, 트럼프·해리스 당선 모두 준비해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양측 진영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 모두 자국보호와 대중(對中) 기조가 현재보다 견고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선 이후 세계 무역 판세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수입규제 조치 강화와 함께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자국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10%의 보편관세와 60%의 대중 관세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조치 대부분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도 예상치 못한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대다수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경제 정책에서는 진보적 색채가 더욱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인플레감축법(IRA)에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기도 한만큼 친환경·탈탄소 전환 정책도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진영의 경우 경제 성장을 위한 감세, 화석연료 산업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자동차, 배터리, 방위 산업에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우크라이나 및 나토 지원 강화로 우리 방위산업 수출 및 주요국 방산 공급망 진입 기회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통상 정책에서 노동 및 친환경 요건에 기반한 비관세 장벽 심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면 배터리, 자동차 산업에서 타격이 예상되며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 축소가 우려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맹·파트너 국가와 연계·협력을 중시하고, 공급망 전환의 예측 가능성이 높다고 모든 분야가 안전한 건 아니다”라면서 “비관세 장벽 심화에 따라 우리 철강과 화학 산업의 교역 조건을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해리스 및 현 민주당 행정부는 현재 대중국 수출통제에서 초미세 공정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 영역에만 집중하고 있어 중국 핵심기업 제재 수준은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반도체 핵심 판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출하량은 올해 다시 1억대 이상으로 전망되며 팹리스 자회사인 하이실리콘 매출액은 전년 대비 500%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 주도 국제 반도체 분업구조 변화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출 통제 수준이나 범위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 기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이나 세액공제 혜택이 축소될 수 잇다는 불확실성은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양 진영 공약의 가장 큰 차이는 전기차 관련 보조금과 환경규제다. 해리스는 IRA 전기차 구매 및 보조금 유지를 트럼프는 전기차에 대한 정부지원 축소 및 폐지 입장을 각각 내세운다. 자동차 관세에서도 해리스는 주요국에 대한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는 미국 외 생산 차량에 대해 최대 100% 관세 등 과세 부담 확대를 선언했다.

이에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우리 기업의 전기차 전환은 지속되겠지만 현지 생산 본격화로 전기차 수출은 단기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국내외 전기차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불확실성이 특히 높아질 것으로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IRA 생산세액공제와 구매보조금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있다. 실제 폐지여부는 연방 상하원 총선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기조가 명확한만큼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이란 게 산업연의 분석이다. 해리스는 기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산업도 양측 진영에서 온도차를 보이긴 하지만 부정적 여파가 예상되는 분야다. 탈중국화로 미국시장 진입 자체에 제동이 걸리고 미국 내 생산경쟁력 향상으로 수입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가 집권하면 불공정무역 제재 강화, 탄소중립 목적 수출입규제 도입으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관세, 비관세장벽에 기반한 보호무역 심화와 철강 수요구조 변화와 함께 철강 원료 공급망 재편의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화학 분야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조달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즉시 철폐와 대중국 최혜국대우 철폐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시행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화학제품 공급망내 조달 안전성은 소폭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사업다각화 관련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해리스 집권시에는 국산 화학제품 수출 변화는 제한적이지만 공급망 내 ESG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해리스는 기존 바이든 정부의 헬스케어 정책 기조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진영에선 약가 인하, 자국내 필수의약품 생산, 공적부조·사회보험 개혁등을 언급했지만 바이든 정부의 헬스케어 정책은 축소하거나 극단적으로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트럼프 역시 제네릭·시밀러 사용 촉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한국 바이오시밀러 수요는 최소한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