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 딥페이크 성범죄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대학 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예방과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20대 남성 대학생 A가 지인과 연예인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물 700여 개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서울 소재 대학생으로 알려진 A씨는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능욕방'을 직접 만들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채널 활동자만 100명에 달한다.
지난 4월에는 서울대 졸업생 B씨가 동문 여성들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만든 영상물만 2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대학 내 딥페이크 성범죄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초·중·고교에 비해 대학의 예방과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6개 대학생 단체 연합으로 이뤄진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교육부와 대학 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는 규탄 집회를 열였다. 공동에 따르면 여전히 전국 70여 개 대학에서 학생 대상 성착취물이 제작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공동행동은 대학과 교육 당국의 범죄 예방과 피해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 집회 참석자는 “성폭력 강의 역시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 등이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고, 법률상 정해진 최소 교육 시간만 겨우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현재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설명이다.
단체는 “대학 내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인권센터에 신고하라고 하지만 인권센터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된 곳이 많다”고 짚었다.
교육부는 대학 내 인권센터를 통한 범죄 인식 교육과 안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딥페이크 제작 및 유포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대학 내 인권센터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인권센터 담당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윤리 교육이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에 다 들어가 있긴 하지만 학생 교육에 대한 부분은 대학에서 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 대학에 교육을 요청하고 있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대학 혹은 개인이 수사를 요청하는 경우 수사에 필요한 지원과 자료 삭제 지원을 관계부처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시대에 AI를 활용한 신종 범죄가 생겨남에 따라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학과 교수는 “이제는 대학 교양 수업에도 AI 윤리를 넣어서 시민 역량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신입생들이 입학 시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처럼 디지털소양 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교육에는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뿐 아니라 피해자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상담처 정보 등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