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가 체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장해춘)는 세포 및 동물실험에 이르는 '전임상시험'부터 대규모 코호트 자료 기반의 영양역학 분석을 거쳐 최근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완료해 김치의 항비만 효과에 관한 과학적 검증을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연구소는 지난 3년간(2022~2024년) 김치의 항비만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세포실험을 통한 항비만 활성 기초연구를 시작으로 비만 유도 동물모델을 이용해 체지방 31.8% 감소 효과를 확인하여 비만 개선에 관한 작용기전을 세계 최초로 밝힌 바 있다.
대규모 코호트 자료인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oGES)의 13년간의 식사 조사와 신체 계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일 2~3회(50g/회)씩 김치를 섭취하면 체질량 지수(BMI)가 약 15% 감소했다. 중년 남성의 경우 김치를 하루 1~3회 섭취하면 비만 발병률을 약 1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김치 섭취와 체중 감소와의 상관성을 구명했다.
김치의 건강기능성에 관한 신뢰도 높은 연구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물실험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의 복잡한 반응에 관한 해석과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었다. 지금까지 '김치의 항비만 효과' 검증 연구는 세포 및 동물실험, 영양역학 분석을 통해 진행됐지만,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성욱 김치기능성연구단 박사팀은 신명준 부산대학교병원 교수팀과 협력해 체질량지수(BMI) 23~30 ㎏/㎡의 과체중 이상 성인남녀 55명을 대상으로 인체측정, 혈액 바이오마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를 조사했다.
임상시험 대상자들은 배추김치(2주 동안 4℃에서 발효)를 동결건조해 김치분말 제형으로 만든 캡슐을 하루에 끼니 당 3캡슐씩(1일 김치 섭취량 60g 기준) 3개월 동안 섭취했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체지방량 변화를 분석한 결과, 김치를 섭취한 그룹에서 2.6% 감소했고, 반대로 김치를 섭취하지 않은 그룹은 4.7% 증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임상시험 대상자들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 김치 섭취 후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증가했으며, 비만과 관련된 프로테오박테리아의 개체수는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김치의 체지방 감소 인체적용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김치를 꾸준히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군을 조절하여 비만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최종 결론을 얻게 됐다.
장해춘 소장은 “전임상부터 임상시험까지 김치의 항비만 효과를 체계적으로 밝혀내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건강식품으로서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항비만뿐만 아니라 장 건강 개선, 면역증진, 항암 효과 등 김치의 건강기능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여 김치가 세계인의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치의 항비만 효과 관련 인체적용시험 연구는 '저널 오브 펑셔널 푸드' 10월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
김한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