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보면서도 원금 보장효과를 누릴 수 있는 주가연계사채(ELB)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의 발행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시중은행도 소액 투자자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속속 선보이며 투자자 모집에 한창이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신규 발행한 ELB는 총 3166개 종목에 이른다. 이달 들어서만 175건의 ELB가 신규 발행되며 올해 처음으로 30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의 2561건 대비 24%가 증가했다.
홍콩H지수 폭락으로 급감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을 ELB가 빠르게 채우고 있다. 지난해 1만3000여건에 달했던 증권사의 ELS 발행은 10월 현재 6198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주가 하락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와 달리 금리 인하 기대감 속 원금 보장이 되면서도 금리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B를 은행과 증권사가 적극 판매한 결과다.
ELB는 ELS와 달리 원금이 보장된다. 예컨대 지난 21일부터 KB증권이 판매를 개시한 중개형 ISA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한 특판 ELB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만기 6개월 동안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식의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500%보다 크거나 같은 경우 세전 연 5.01%, 이보다 작은 경우 연 5.00%를 지급하는 식이다. 신영증권과 현대차증권, 하나증권도 지난 21일 신규 ELB 상품 청약을 마쳤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ELB 발행량을 크게 늘렸다.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538건에 이르는 ELB를 신규 발행했다. 지난해의 174건 대비 4배 가량이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2조7334억원 상당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를 발행했다. 신한SOL뱅크 앱에 비대면 ELB 가입 시스템을 적용한 안팎으로 소액 투자자의 가입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도 ELB 투자자 잡기에 한창이다. 토스뱅크는 지난달부터 '목돈굴리기' 서비스에 ELB는 물론 기타파생결합사채(DLB)를 추가했다. ELB는 한국투자증권에서 DLB는 메리츠증권이 발행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DLB는 지수와 달리 환율 등 여타 상품을 기초지수로 삼는 상품이다.
현대차증권도 회사의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손쉽게 ELB와 DLB에 가입할 수 있도록 비대면 온라인 청약 기능을 추가했다. 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투자 수요를 겨냥했다.
실제 올해 들어 ELB 발행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평균 발행 금액은 크게 감소했다. ELS 대비 발행 규모가 현저히 적었던 2021년 당시 종목 당 평균 발행액이 151억원 수준이었던데 반해 올해 들어서는 평균 발행액이 53억원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단번에 대규모 청약을 진행하는 대신 소규모로 자주 증권 발행을 늘리는 식으로 소액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원금 보장이 가능하면서도 은행 예금 금리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ELB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퇴직연금 실물 이전을 앞둔 만큼 ELB는 물론 다양한 투자 상품을 청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LS보다 안전해 신규 발행↑
KB증권 5%대 특판상품 인기
업계, 비대면 청약 기능 도입
퇴직연금·소액투자 수요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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