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간 '면담 후폭풍'이 거세다. 어렵사리 성사된 면담이었으나 단 하나의 매듭도 풀어내지 못하고 서로 불신과 갈등만 확인했다. 특히 한 대표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별도 만찬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정 관계는 물론, 여권 내 갈등까지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22일 한 대표는 오전 예정됐던 연금 개혁 관련 토론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 '빈손 면담'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전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3가지 제안을 했으나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했다.
대통령실은 악화된 여론을 진화하는데 나섰다. 한 대표측의 입장 위주로 언론에 보도되자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면담 결과를 브리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분이 서로 하고싶은 말은 다했다”며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다 답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관련해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보겠다”고 언급했다. 또 김 여사의 활동 중단에 대해서도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꼭 필요한 공식의전 행사가 아니면 많이 자제 중”이라고 했다.
면담 이후 평가에도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당정충돌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면담 뒤 추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지면서 당대 계파갈등의 불길에도 기름을 부었다. 한 대표 입장으로선 뒤통수를 얻어맞는 수준의 일이다.
친한계 의원은 “전화도 아닌 저녁 자리에 따로 부른다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결국 계파 갈등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다른) 분들이 하고 있는 자리에 제가 잠시 간 것”이라며 “통상 있는 일”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이날 만찬에 함께한 배석자, 면담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당정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고 했으나 면담이후 '홀대론' 등이 제기되면서 당정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거리감을 확실히 느낀 한 대표가 조만간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을 통한 김 여사 특검법 수용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이젠 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