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화재가 아니어도 경보가 발생하는 오경보(비화재보)'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지능형 화재감지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빛 파장에 따라 달라지는 입자 산란도를 측정해 화재에 의한 연기와 비화재성 에어로졸 입자를 구분하는 비화재보 방지용 AI 센서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광전식 화재 감지기는 감지기 내부에 적외선 광원과 빛을 감지하는 포토다이오드를 어긋나게 배치하는 방식이다. 감지기 내부에 연기와 같은 입자가 유입되면 광원과 부딪히며 생성되는 산란광을 포토다이오드가 포착하고, 산란광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화재를 경보한다.
하지만, 감지기 내부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습기, 조리로 인한 연기, 담배 연기 등 에어로졸 상태의 입자가 모두 유입될 수 있고, 광전식 감지기는 산란광만 감지되면 경보를 울리기 때문에 비화재보가 자주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ETRI가 개발한 비화재보 방지용 AI 센서는 다양한 빛의 파장을 이용해 에어로졸 입자마다 고유한 산란 특성을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화재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에어로졸 입자에 여러 가지 파장의 빛을 투사하고, 각각의 산란도를 측정하여 DB를 구축했다. 이를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 특정 에어로졸 입자에 대해 화재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최종 화재 경보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비화재보 방지용 AI 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ETRI는 비화재보 방지용 AI 센서를 공기흡입형 감지기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광전식 감지기와 유사한 원리로, 팬을 이용해 공기를 흡입, 신속하게 연기를 감지한다. 광전식 감지기에 비해 감지 속도가 빠르지만 먼지와 습기 등으로 인한 오작동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클린룸이나 서버실과 같은 장소에 제한적으로 설치되어 사용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공기흡입형 감지기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된 고가 제품이다. 또한, 아직 화재와 비화재를 구분하는 기능이 없어, 본 기술이 적용된 국산 제품이 출시될 경우 국내외 화재 감자기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복 ETRI 국방안전지능화연구실장은 “본 기술이 상용화되면 비화재로 인한 오경보 출동이 크게 줄어들어, 연간 200억 원에 달하는 소방 출동 관련 비용 및 소방력 낭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 본 기술은 산란 스펙트럼 측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미용과 의료, 환경,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관련 기업들과 협력하여 상용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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