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은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오형석·이웅희 박사팀이 '지구의 순환'에 아이디어를 얻어 가역적 실리카-수산화물 순환을 통해 국소 pH 제어가 가능한 은-실리카 혼합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구의 무기 탄소 순환이라 불리는 탄산염-규산염 순환으로 이산화탄소(CO₂)가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착안됐다. CO₂는 풍화 광물을 매립하는 동안 대기에서 제거되고, 화산활동을 통해 대기 중으로 돌아온다.
규산염 암석이 풍화되면서 발생한 SiO₂(용해된 실리카)로 인해 탄산염 암석이 되고, 화산 작용을 거쳐 규산염 암석으로 재순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CO₂ 수치에 따라서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이 순환의 핵심 물질인 실리카를 전기화학적 CO₂ 전환 반응에 적용한 것이다.
CCU(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기술에 적용되는 촉매 중 은 촉매는 CO₂를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일산화탄소(CO)로 전환하는 데 가장 탁월한 성능을 지녔다. 그러나 은 촉매는 높은 전류 밀도에서 촉매 표면의 입자들이 응집되거나 엉기는 현상이 발생해 CO에 대한 선택도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등 아직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연구팀은 은 촉매의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실리카를 혼합한 은-실리카 혼합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반응 중 생성되는 수산화물 이온(OH-)이 실리카와 결합해 규산염 형태로 녹았다가 중성 조건에서 다시 석출되면서 pH를 조절한다. 이를 통해 촉매의 물리적 구조 변경 없이 화학적 접근 방식만으로도 전류 밀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성능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은-실리카 혼합 촉매는 고전류 밀도에서 일산화탄소 선택도가 60% 수준으로 감소한 상용 은 촉매와 달리 더 높은 전류 밀도에서도 100%에 가까운 선택도를 보였다.
또 CO의 CO₂ 전환 활성도를 약 47% 높여 고전류 밀도에서도 CO₂ 전환 반응의 높은 효율을 달성했다.
은-실리카 혼합 촉매는 높은 전류 밀도에서도 CO₂ 환원 성능과 내구성을 개선하는 데 성공해 전기화학적 CO₂ 전환 CCU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고전류 밀도에서도 높은 CO 선택도 및 가역성에 의한 장기간 성능 유지가 가능해 생산성 및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고효율 촉매의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 최적화와 발전소, 석유화학 공장 등 산업시설에 적용을 위한 장기 내구성 검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오형석 센터장은 “촉매의 가역성 향상 및 전기화학 시스템의 환경 제어 전략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전기화학 시스템의 실증 구축 및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및 Carbon to X 사업,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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