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앙'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산시민공원 잔디공원에서 드론 한 기가 수직으로 솟구쳤다. 새벽까지 내리던 가을비는 이제 완전히 그쳐 청명한 하늘이지만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 답게 바람이 여전히 매서웠다. 까마득히 떠오른 드론은 강풍에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이내 가야 할 곳으로 기체 방향을 돌려 날아가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다.
부산테크노파크가 23일부터 부산시민공원에서 실증 시작한 간식배달 드론은 겉으로 봐선 여느 드론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마치 인명구조 헬기처럼 드론이 늘어뜨린 케이블에 간식이 달린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도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마치 도시락을 매단 듯한 드론의 비행을 지켜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부산지역 드론 전문기업 해양드론기술이 만든 이 드론에는 앞서 거센 바닷바람을 뚫고 항만배송 서비스를 1000여건 수행하면서 쌓아온 노하우가 곳곳에 담겨 있다. 1만3000㎞가 넘는 비행거리를 자랑하는 이 드론은 강력한 내풍설계로 부산항 묘박지에 정박 중인 선박에 각종 선용품과 생활용품 등을 배달한 경력이 있다.
해양드론기술은 거친 드론 이착륙 환경에서 수령자가 어떻게 하면 물품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드론이 공중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잡아당기는 윈치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드론 자체 적재함을 이용할 경우 드론이 지상에 완전히 착륙해 프로펠러까지 멈춰야 수령자가 드론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드론도 이착륙 시 사고 위험이 가장 크다.
부산시민공원 간식배달 드론에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사람이 직접 물품을 체결하고 해제하는 수동 카라비너를 적용했다. 자동 오픈 언로딩 훅을 적용한 카라비너도 이미 개발돼 있지만 배송 물품이 충격에 예민한 음식물인 데다 아직 실증 단계인 만큼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착륙 외 모든 비행은 드론이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하고 운행하되 파일럿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꼭 필요할 때만 비행에 개입한다. 자율주행자동차로 치면 조건부 레벨3쯤 되는 셈이다. 앱으로 간식 주문 시 푸드코트와 자동 연동되는 기능 적용 등 실제 상용화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실증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그리 먼 얘기도 아니다.
해양드론기술은 이번 실증을 통해 기술적인 측면을 더욱 보완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처음 접하는 드론배송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세심히 관찰하고 향후 서비스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홍운희 해양드론기술 드론개발본부장은 “부산시민공원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일반 시민 대상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실증할 수 있게 돼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자신감 있지만 B2C 서비스는 작은 차이로 고객경험이 크게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시민 안전과 편의를 우선시하며 실증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