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스스로 다가와 착용이 용이한 하반신 완전마비(ASIA-A) 장애인용 웨어러블 로봇이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대상이 휠체어에서 내릴 필요가 없다. 타인 도움도 필요없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이와 같은 새로운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 F1'을 24일 공개했다. 이번 로봇은 하반신 마비 중증도가 가장 높은 ASIA-A 레벨이 대상이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의장)팀이 주역인데, 장애 극복 사이보그 올림픽인 '사이배슬론' 웨어러블 로봇 종목(2020년)에서 금메달을 딴 이들은 올해 대회에도 재차 출전한다.
연구팀은 2016년 워크온슈트1을 처음 발표했고, 2020년 워크온슈트4를 발표하면서 보행속도를 비장애인 수준인 시속 3.2㎞까지 끌어올렸다. 좁은 통로, 문, 계단 등 장애물 통과 기능도 선보였다. 그러나 로봇 착용에 타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문제는 다른 로봇과 같았다.
새로 공개한 워크온슈트 F1은 이런 문제에 대한 기술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도움 없이 바로 착용할 수 있도록 후면 착용 방식이 아닌, 전면 착용 방식을 적용했다.
또 로봇 착용 전 마치 휴머노이드처럼 스스로 걸어와 착용자에게 다가온다. 능동적인 무게중심 제어 기능을 적용해, 실수로 로봇을 밀더라도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휴머노이드와 웨어러블 로봇을 넘나드는 로봇 디자인은 박현준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맡았다.
로봇 본연의 기능도 대폭 개선됐다. 직립 상태에서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지팡이 없이 수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균형 제어 성능이 향상됐다.
부품 단위 기술 발전도 이목을 끈다. 엔젤로보틱스와 협업해 모터와 감속기, 모터드라이버, 메인 회로 등을 전부 국산화했으며, 모터·감속기 모듈 출력밀도는 기존 연구팀 기술 대비 약 2배(무게당 파워 기준), 모터드라이버의 제어 성능은 해외 최고 기술 대비 약 3배(주파수 응답속도 기준) 향상됐다.
고가 상위제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고급 모션제어 알고리즘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모터드라이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기술도 향상시켰다. 장애물 감지 비전, 인공지능(AI) 보드 등도 탑재됐다.
공경철 교수는 “워크온슈트는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의 결정체”라며 “파생된 수많은 부품, 제어, 모듈 기술들이 웨어러블 로봇 산업 전체 표준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7일 열리는 제3회 사이배슬론에 출전한다고도 밝혔다. 지난 대회보다 미션 난이도가 대폭 올랐고, 수도 6개에서 10개로 늘었다. 일부 미션은 일상생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도전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장 박정수 연구원은 “지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만큼 이번에는 순위 경쟁보다 기술적 초격차를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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