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가 디지털전환(DX)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의 해운업은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 전문 저널 '마리타임 프로페셔날(MARPRO)'와 글로벌 해운기업 웹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엠에스씨(MSC), 머스크(Maersk), 씨엠에이씨지엠(CMA CGM) 등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해운 DX 핵심사업으로 리퍼 컨테이너(냉동·냉장 컨테이너)에 사물인터넷(IoT) 장비 탑재를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톱5 가운데 머스크가 운용하는 리퍼 컨테이너 탑재 IoT 장비는 38만대 규모다. 2019년 기준이어서 현재는 이 수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머스크는 글로벌 해운기업 가운데 가장 앞선 2015년 IoT 장비를 도입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MSC와 CMA CGM도 2019년 기준 각각 5만대,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같은 해에 10만대, 코스코(COSCO)는 지난해 4만대를 도입했다. 하팍로이드는 올해 초 일반 컨테이너에도 IoT 장비 100만대를 탑재했다.
해운업계와 시장 리서치 기관들은 현재 대양을 오가는 IoT 장비 탑재 리퍼 컨테이너 수가 1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oT 장비 탑재 컨테이너는 친환경 선박과 함께 해운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물류 장비다. 실시간 컨테이너 위치와 상태는 물론 화물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신선식품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운송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가능하다. 글로벌 해운기업이 앞다퉈 컨테이너에 IoT 장비를 도입하는 이유다.
해운 전문가들은 친환경 선박이 국제해사기구(IMO) 선박 탄소배출 규제 대응을 위한 핵심 요소라면 IoT 장비 탑재 컨테이너는 해운기업 자체 DX와 운송서비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글로벌 해운기업 HMM은 현재 2500대 도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자체 도입이 아닌 2021~2022년 정부 지원 시범사업 결과물이다.
HMM은 시범 사업 후 자사 운용 리퍼 컨테이너 전체로 IoT 장비를 탑재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HMM 관계자는 “IoT 장비 도입 필요성에 내부 이견은 없다. 다만 경제성을 따져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우종균 동명대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IoT 기반 스마트 컨테이너와 해운물류시스템은 향후 글로벌 해운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민관 모두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며 “해운물류 DX 시기가 늦어지면 경쟁력 약화를 넘어 시장에서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