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성 관리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신규 지표들이 추가되면서 일단위 세밀한 리스크 분석 역량이 요구될 전망이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개정된 '여신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이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유동성 관련 지표를 신설해 여전사의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 여전사들은 △자산·부채 만기구조 현황 △회사채 발행만기 월별 분포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 △단기조달비중 △평균자금운용기간 대비 평균조달만기 총 다섯가지 지표로 유동성을 관리해 왔다.
다만 여전사가 순 유동자산(유동성 갭)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 실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등 정밀한 파악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에 여신금융협회가 유동성 관련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개정안에는 여전사 총자산에서 순 유동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유동성 갭비율'이 추가된다. 이미 증권업계에서 유사한 지표를 활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여전사도 주, 월, 분기, 반기 등 만기구조별 유동성 갭을 파악해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카드·캐피탈사가 양질의 유동성 자산으로 며칠간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커버리지일수'도 신설된다. 양질의 유동성 자산엔 현금과 처분 제한이 없는 예금 및 예치금 등이 포함되며, 이번 개정을 통해 1개월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즉시매도가능유가증권'이 추가됐다.
여전사가 부채 만기도래를 확인하고 단기차입 의존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단기차입비중' 항목도 마련됐다. 단기차입비중은 총 차입부채 중 잔존만기 1년 이하 부채로 산출한다.
업계는 이번 자율규제 강화로 유동성 모니터링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별 부채와 세부지표로 급격히 현금이 유출되는 유동성 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여전사가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자금부족, 지급불능 등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관찰과 확인이 필요하다”며 “개정안은 관련 기준을 추가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선제 관리를 유도하는 측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금융감독원도 여전사에게 유동성 관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지난 1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전사 최고경영자들과 간담회에서 “수신 기능이 없는 업권 특성상 유동성 리스크 및 부동산PF 등 건전성 관리에 힘써 달라”고 전했다. 채권 발행과 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여전사에게 부채 만기도래가 쏠릴 경우 현금이 급격히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