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0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인류유전학회(ASHG)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참석했다. 당시 눈에 들어온 것은 700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의 모습이 아닌 후원사 로고였고,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로고의 주인은 미국의 유명한 유전체분석 기업 '23andMe'였다.
당시 수년 전부터 질병발생 조기 예측과 그에 따른 예방 및 관리에 큰 관심을 갖고 질병유전체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다. 유전연구 결과를 실제 의료분야와 헬스케어 분야로 접목시킨 사업을 하면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009년 초, 해외 보도자료로 미국에서 '23andMe'가 이미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미국 시장에서 매우 주목받는 기업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필자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조금 지난 시기에 '23andMe'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대회 후원사로 등장을 한 것이다. 당시 대학교수 생활을 중단하고 사업에 뛰어들 것이냐, 교수를 하며 국내 유전체분석 기업에 전공 자문을 하며 학계에 머무를 것이냐 하는 선택의 순간을 맞이했다.
필자는 국내 유전체분석 기업 한 곳과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유전체분석 결과 기반의 소비자 대상 질병 유전자검사 사업에 대해 진지한 상의를 했고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됐다. 하지만 얼마 후 그 기업은 본인들이 직접 그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필자를 배제시켰다. 그로 인해 필자의 마음 속에서 심한 배신감과 자신감이 교차하는 묘한 상황을 겪게 됐다. 그때 마침 보건복지부 주관의 유전체분석 관련 대형과제가 종료되면서 학교를 나와 유전체 사업에 뛰어들 결심을 하게 됐다.
2012년 필자는 국내 대형 기업에서 투자받아 '메디젠휴먼케어'를 설립했다. 유전체와 바이오마커 결과의 융합분석을 활용해서 질병발생, 약물반응, 개인 신체특성, 유전 조상 등의 결과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개인별 맞춤 질병발생 예측, 예방 및 헬스케어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하지만 그 당시 국내법 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유전체분석에 의한 질병발생 예측 사업은 매우 제한돼 있었다.
유전체분석 사업은 바이오 분야의 한 파트이지만 현재는 정밀의료, 제약, 디지털헬스케어 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수요소가 됐다. 유전자검사는 질병 조기예방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일부 의료인과 윤리학자들의 심한 반발과 법적 제도가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전체사업 분야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네거티브 규제'임에도 국내는 유독 '포지티브 규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본, 중국, 아세안(ASEAN)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은 반인류적인 행위와 소비자의 동의가 수반되지 않는 무차별한 개인정보 유출 행위는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 내용에는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 자유의 권리를 기반으로 규제를 철폐하고 있다. 필자는 2017년부터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유전체산업 분야에 대한 국내와 해외시장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이런 국내 사정으로 기존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던 유전체기업이 주식거래가 중단되거나 기업 재무상태 악화로 존폐 위기에 몰렸다. 또는 유전체분석 기술로 상장했던 기업이 유전체사업 일부를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 틈새를 타고 해외 유전체기업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않고 국내에서 다양한 영업을 하고 있어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의견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의료계와 윤리계의 다소 편협된 안목이 전향적으로 전환되지 않거나 법적 규제가 보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내 유전체산업 발전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국제경쟁력에서도 뒤처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전부터 보건복지부 담당 부서 관계자들의 많은 노력과 중재로 그 이전보다 개선되고 있으나 정부의 과감한 결단으로 유전체산업 분야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해 줄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신동직 메디젠휴먼케어 대표 shindj@medizenca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