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을 상대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 준수 여부 입증을 요구하는 행위가 부당한 경영간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심사지침을 공개했다. 본청·본사는 물론 협력사·자회사들의 탄소배출,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를 공개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24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21일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6호 '거래상 지위의 남용' 관련, 거래상지위 인정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최근 강화되는 국내·외 ESG 규제 준수를 위한 기업들의 활동이 법위반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시했다.
현행 심사지침은 거래상지위 인정에 '계속적인 거래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거래상지위의 본질은 일방의 타방에 대한 거래의존도이고, 계속적 거래관계는 그 자체로 독자적 기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점을 반영한 조치다.
최근 미국 위구르 강제노동금지법(UFLP),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 실시지침(CSDDD) 등 해외 ESG 규제가 강화되며 해외시장 영업을 위해 기업들이 자회사·협력사까지 ESG 규제 위반 여부까지 실사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규정상 ESG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자료요구 등의 행위는 목적의 타당성 및 합리성 등을 고려할 때 부당한 경영간섭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공정위는 재계 건의를 수용해 경영간섭 규정의 위법성 판단기준을 명확화함으로써 기업들의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규제 위험을 완화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에 '부당한 고객유인' 관련, 최근 심결례와 확정된 판결례를 반영해 '기타의 부당한 고객유인'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예시를 추가했다. 경쟁사의 시장진입 저지 및 영업 방해를 위해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영업활동에 활용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이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는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사업활동방해' 관련, 기술의 부당이용 위법성 요건에 매출액이 없거나 변동성이 큰 사업 특성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사업 초기 등 여건상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거나, 사업특성상 매출액 변동성이 높은 경우 '매출액의 상당한 감소 등'이 기술 부당이용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한계를 반영했다. 최근 잇따르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기술탈취 분쟁 관련 매출액 변동성이 큰 스타트업 특성 등도 반영해 제도 실효성을 높였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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