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담 '제로'…펫보험 출혈경쟁 우려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사진=게이티이미지뱅크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시장에서 손해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손보사를 위주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 판매에 나서 산업계 차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화재는 100% 보상형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상비율이 100%라는 건, 동물병원에서 발생한 의료비를 전액 보상해 준다는 의미로 자기부담률 0%와 동일한 의미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사고 발생시 치료비용 전액을 보장하지 않는다. 치료비용에서 가입자 자기부담률을 반영한 금액과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뒤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는 보험사의 과도한 손실과, 가입자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치료 과정에서 가입자에게 부담되는 금액이 전혀 없을 경우 필요보다 과한 치료를 받는 의료쇼핑이나 보험사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3800만명이 가입해 제2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대표 사례다. 과거 1세대 실손보험에선 비급여 자기부담률이 0%였다. 이후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등이 발생하면서 △2세대 10~20% △3세대 20%(특약 가입시 30%) △4세대엔 30%까지 가입자 부담률이 상향됐다.

올해엔 보험사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펫보험 시장 선점 과정에서, 이 같은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펫보험 출시 초기 자기부담률을 20~50% 수준에서 보수적으로 설정했으나, 현재 10~20% 수준까지 하향한 상태다. 삼성화재는 0% 부담률을 탑재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DB·KB손해보험에선 자기부담금을 0원으로까지 낮춰 가입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가입자 부담을 과하게 낮추는 건 향후 손해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해당 상품들은 장기보험 형태로 판매되고 있어 갱신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자기부담 '제로'를 내세우는 현재 국내 상황을 우려한다. 미국 보험사들은 펫보험에 10% 이상 자기부담률을 설정하고 있다. 영국에선 반려동물이 특정 연령에 도달하면 보험료를 상향하는 방식으로 손해율을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발간한 '반려동물보험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자기부담 축소는 소비자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뿐 아니라 동물병원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펫보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가입자 자기부담 설정으로 손해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펫보험은 상품뿐 아니라 판매에서도 과열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손보사들은 펫보험 판매시 시책을 700~800%까지 상향한 상태다. 예컨대 보험설계사가 월 10만원 보험료로 상품 판매하면, 보험사는 월보험료의 800% 수준인 80만원을 판매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의미다.

주요 손해보험사, 펫보험 자기부담 설정 현황 - (자료=각사 상품약관 취합)
주요 손해보험사, 펫보험 자기부담 설정 현황 - (자료=각사 상품약관 취합)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