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터디 업계, 법인계좌 허용 기대감에 '몸집 불리기' 본격화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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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법인 가상자산 투자 허용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국내 커스터디(수탁) 기업들이 투자 유치 및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다가올 기관 주도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인피닛블록은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이 투자금을 지갑 솔루션 고도화 등 기술 개발 및 기능 다양화에 활용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최근 홍콩 법인 설립도 마쳤다.

최근 법인 계좌 허용에 대한 금융위 기류가 변화하면서 법인·기관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 업계에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과 법인계좌 허용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밝혔다. 3개월 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이나 기관에 대한 (시장 참여) 허용이 맞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법인계좌 허용에 대한 금융당국 기조가 '시기상조'에서 '중립'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 시세조종 우려로 금지된 법인계좌 개설은 명문화된 법이 아닌, 은행과 거래소 행정지도를 통해 규제됐다. 업계에선 대표적인 그림자 규제로 꼽힌다.

주요 커스터디 기업들도 기관 주도 시장 선점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이 투자한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지난 5월 해시드와 알토스벤처스가 주도하는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50여 법인 고객을 확보한 상태다. 최근 콜드월렛 시스템 고도화 및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은 지난 7월 2일 국내 커스터디 기업 카르도와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번 합병으로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 중 2개가 주주로 참여하면서 기관 신뢰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합병 후 KDAC은 현재 80개 이상 법인 고객 확보하며 기술력 및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커스터디 업체 관계자는 “법인계좌 허용은 법 개정이 아닌 행정지도 변경만으로도 가능한 사안”이라며 “금융당국 의사결정을 통해 법인 계좌 허용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