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공통적으로 월요일과 새해 첫 날에 자살 위험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맞춤형 행동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환희 부산대학교 정보의생명공학대학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모든 국가에서 월요일 자살 위험이 가장 높고 새해 첫날도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얻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은 요일·공휴일별 자살 위험 패턴과 관련해 한국·일본 등 26개국의 1971년부터 2019년까지 49년간 170만여 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 26개국은 캐나다, 미국,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멕시코,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파라과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중국, 일본, 한국, 필리핀, 대만, 베트남,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이탈리아, 루마니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이다.
자살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공중 보건 문제다. 특히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 층에서는 네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이다. 자살의 시간적 변동을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대응하고,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부산대 연구팀은 26개국 740개 지역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자살 위험 패턴을 조사했다. 연구는 다국가 다도시 협력 연구 네트워크(MCC)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1971년부터 2019년까지의 일별 자살 건수와 일평균 기온 데이터를 포함한 170만 건 이상의 자살 사례 분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모든 국가에서 '월요일'에 자살 위험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깨진 약속 효과'가 가장 유력한 가설로 설명될 수 있다. 사람들이 새로운 주기가 시작될 때 절망감이 커져 자살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주말의 영향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새해 첫 날에도 모든 국가에서 자살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국가마다 자살 위험의 패턴에 차이가 있었으며, 많은 국가에서 공휴일 이후 자살 위험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월요일과 새해 첫 날 같은 특정 시점에 자살 위험이 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별에 따른 자살 예방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런 결과는 자살 예방 전략 수립 시 특정 요일과 시기에 맞춤형 개입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자살 위험이 시간적·문화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각국이 자살 위험이 높은 시기에 효과적이고 시기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The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10월 24일자에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이환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국가에 통합된 접근 방식을 적용해 요일 및 휴일에 따른 자살 위험이 공간적·문화적 요인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근거 기반의 자살 예방 이론이 더욱 강화되고, 효과적인 자살 예방 전략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