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권연구본부는 지난 20여 년간 호남지역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중심에서 광주시를 비롯해 전남, 전북, 제주 등 지역 산업의 성장에 기여해왔다. 2001년 설립된 호남권연구본부는 광융합, 헬스케어, 스마트시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다수의 연구개발(R&D) 성과를 쌓아왔다. 사업화 연계기술개발(R&BD) 전략으로 연구 성과를 사업화와 연결해 지역 중소기업 지원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호남권연구본부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한 지역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내 AI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확산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지역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첨단 기술 적용을 적극 지원해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남권연구본부는 29~30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22회 국제광융합산업전시회'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광융합 기술의 최신 연구 성과를 선보인다. 광융합 기술을 지역 광산업 발전의 주요 축으로 삼아 상용화 가능한 기술 및 응용 사례를 소개하고 지역 내 광산업 관련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한다. 통신, 조명, 헬스케어, 국방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광융합 기술을 전시해 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최근 챗GPT 열풍과 함께 모델의 성장에 따른 초거대 생성형 AI 모델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터(HPC) 진화가 산업계 전반에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광통신 부품 기술은 차세대 HPC의 저전력화 및 저지연성 등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호남권연구본부는 국내 산업체와 함께 개발해온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800Gbps 광트랜시버와 관련 광원소자, 수광소자와 함께 750㎛ 두께의 유리 관통 전극 제조(TGV) 인터포저가 적용된 시스템 보드에 실장용 테라비트(Tbps)급 광학엔진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HPC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 메모리 등 연산 자원들과 근접 배치되는 실리콘포토닉스기반 광-칩렛(Opto-chiplet) 패키징 기술로 고도화해 기존 통신 분야에 국한돼 있던 광통신 부품 기술이 반도체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저궤도 위성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초고속, 초저지연, 초공간 통신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핵심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궤도 위성통신의 중요성이 입증했으며 스페이스엑스(SpaceX)의 스타링크를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6세대(G) 이동통신망 고도화를 목표로 레이저 통신 기반의 위성 간 광링크(OISL) 기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호남권연구본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위성 간 및 위성-지상 간 초고속 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실현할 수 있는 광링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단일 광경로 기반의 GBps급 양방향 레이저 통신 터미널 시제품을 공개한다. 이 기술은 차세대 위성통신망의 상용화를 촉진하고, 통신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하시설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첨단 기술로서 광케이블을 활용한 분포형 광음향센서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지하에 매설된 광케이블을 따라 발생하는 진동의 위치와 주파수를 최대 40㎞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AI 기반 시계열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굴착기 작업, 충격, 긁힘 등 다양한 진동 패턴을 감지하고 분류함으로써 지하시설물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을 사전에 탐지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호남권연구본부는 '재난유형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평가방법 및 심리회복모델 개발' 연구 과제를 2022년부터 수행해오고 있으며, 재난 심리회복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초로 한국인 재난경험자 600명의 상담 데이터를 확보해 유효성을 검증한 결과, 한국인대상 재난 심리 평가 AI모델의 성능이 기존 영어권 데이터셋에 비해 우수함을 보였다. 올해 추가로 600명의 상담 데이터를 확보해 AI 기반 재난 심리평가 모델의 정확도를 90%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연구팀은 재난경험자의 연령 및 상황별 특수성을 고려한 심리평가 도구와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통해 재난 경험자 맞춤형 심리회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원격 대면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여 면접지 기반 상담 도구를 탑재하고, 디지털 휴먼 기술을 활용해 지속적인 심리 상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심리 전문가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심리 회복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현장 실증을 거쳐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행정안전부의 재난심리회복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다.
호남권연구본부는 앞으로도 AI와 ICT 분야에서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첨단 기술 도입을 촉진하고, 호남권이 대한민국 디지털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개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강현서 ETRI 호남권연구센터장은 “지난 20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 스케일업 밸리 육성과 엣지 게이트웨이 기술 개발을 통해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겠다”며 “재난트라우마 평가 기술, 광통신 부품 기술, 분포형 광센싱 기술, 위성 간 링크 기술 등으로 지역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차세대 산업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협찬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