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눈부신 발전은 기술 혁신과 함께 해왔다. 특히 사회 문제 해결에서 기술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플라스틱 환경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플라스틱은 편리함을 줬지만, 동시에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 바로 기술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어떤 모양도 만들기 좋다'는 의미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편리함 뒤에는 심각한 환경 오염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매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거대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고, 해양 생물들은 플라스틱으로 고통받고 있다. 심지어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될 정도다.
우리 인간 역시 플라스틱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플라스틱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는 '호모 플라스티쿠스'라고 불릴 정도다. 미세 플라스틱, 특히 나노 플라스틱은 음식물과 물을 통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와 혈액과 세포까지 침투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심지어 태반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나노 플라스틱은 뇌, 심혈관 등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 아교 세포는 나노 플라스틱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신경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동맥경화판에서 나노 플라스틱이 발견될 경우 심근 경색이나 뇌경색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1월 25일 부산에서 플라스틱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라스틱 국제협약' 5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어떤 규제들이 마련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사회적 연대와 적극적인 실천활동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것은 물론,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바이오 플라스틱, 특히 쌀과 같은 잉여 농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중요한 기술 혁신이 될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 제로 운동과 같은 시민 참여와 사회단체, 그리고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연대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시민들이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정부는 미세 플라스틱 기준 마련, 관련 기술 개발 투자 확대, 시민 운동 지원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RE100, 그리고 플라스틱 제로 환경을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 모두 '호모 플라스티쿠스' 이후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기술 혁신과 시민 참여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광주 전남이 민주와 인권, 평화의 도시를 만들어 온 것처럼 천혜의 환경을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선도하고 미세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미세 플라스틱 제로를 위해 전 세계 시민들과 연대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이용빈 전 21대 국회의원·1.5도씨 포럼 상임고문 gwangjumrb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