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이 동시에 지지하는 청정경쟁법안이 2025년 시행되면 국내 산업계가 향후 10년간 총 2조7000억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8일 '미국 청정경쟁법의 국내 파급효과 및 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청정경쟁법 도입에 따른 비용 규모를 이같이 추산했다.
한경협은 청정경쟁법이 도입되면 내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총 2조7000억원 탄소세 비용이 유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용범위에 따라 원자재에는 1조8000억원, 완제품에는 9000억원 비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석유·석탄제품(1조1000억원), 화학제조업(6000억원)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정경쟁법안은 미국 민주당이 2022년 처음 발의했다. 공화당도 동일한 내용의 '해외오염관세(Foreign Pollution Fee)' 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해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내년 시행이 예상된다.
법안을 시행하면 미국과 원산지간 탄소집약도 격차에 탄소가격을 곱한 규모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경우 미국 수입업자가 탄소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때 수입업자는 국내 기업에게 이 비용을 전가하게 돼 국내 기업에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탄소세는 미국과 한국의 탄소집약도 격차, 탄소가격, 적용비율을 수출중량에 곱한 값에 의해 결정된다. 탄소집약도 격차가 1, 탄소가격이 톤당 55달러, 적용비율 1일 때 국내 기업이 100톤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5500달러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한경협은 한국의 탄소집약도 개선 속도가 주요국보다 저조해 청정경쟁법을 시행하면 국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한국 탄소집약도 개선속도(2.4%)는 미국(4.9%), 일본(2.7%) 등보다 저조하다.
특히 청정경쟁법의 탄소세 산식에 활용되는 국가 단위 탄소집약도는 2020년 기준으로 한국(0.14)이 미국(0.11)에 비해 1.2배 뒤처진다. 탄소집약도 개선속도는 2.5%포인트(P) 하회(미국 4.9%-한국 2.4%)한다.
한경협은 '발전부문'의 무탄소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 탄소집약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탄소감축포럼(IFCMA)에서 주도적 역학을 수행해 업종별 탄소집약도 개선 효과가 탄소세 비용 절감에 반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명시적 비용을 부과할 경우 탄소세를 일부 면제하는 규정이 청정경쟁법에 명시된 만큼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율 상향 추이와 탄소가격 현황 등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상력을 사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