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모든 배터리와 셀은 표준 설계와 엄격한 품질 관리를 거쳤습니다.”
벤츠 배터리 개발 총괄 책임자인 우베 켈러 박사는 21일(현지시간) 독일 운터튀르크하임 벤츠 본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화재가 발생한 (EQE의) 배터리는 설계 자체의 이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설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8월 인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벤츠 EQE 350+'의 배터리에 대해 벤츠 본사의 고위 임원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벤츠 EQE 일부 차주들은 이달 초 벤츠 본사와 벤츠코리아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EQE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 열폭주 위험이 큰데도 벤츠가 이를 예방할 적절한 설계나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게 일부 차주들 주장이다.
켈러 박사는 이와 관련 “다른 배터리 시스템과 똑같이 (EQE에도) 열폭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취했다”며 “벤츠는 모든 차량에 대해 충돌 테스트를 하고 있고, 배터리가 견딜 수 있는 외력을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천 화재 사고 원인에 대해 “조사가 진행이 되고 있고, 공식적인 보고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조금 기다려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벤츠 파워트레인 구매·공급사 품질 총괄인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는 “모든 배터리 공급사는 동일한 품질 검사와 분석을 거쳐 선정되며, 이후에도 예외 없이 제품 검사나 공장 실사 등을 통해 확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 파라시스를 공급사로 선정했을 당시에도 높은 품질 기준을 적용했다”며 “파라시스는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보다 규모가 작지만, 많이 발전해 왔고 품질도 끊임없이 점검했다”고 덧붙였다.
브레크너 박사는 파라시스나 CATL의 배터리 탑재 기조에 대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벤츠 EQS, EQE 등 상위 전기차의 전용 플랫폼 'EVA2'의 셀 공급업체에 두 회사 모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벤츠는 현재 세대 상위 클래스 전기차의 새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 플랫폼에 맞춰 공급사 선정 프로세스가 진행될 수 있다”며 추후 공급사가 변경될 여지를 뒀다.
브레크너 박사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배터리사와의 협력 확대와 관련 “3개 회사는 모두 굉장히 훌륭한 파트너”라며 “특히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켈러 박사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화재 위험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켈러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가 처음 도입되는 시점은 2020년대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먼저 전고체 배터리 도입 전 중간 형태의 반고체 배터리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사를 찾은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한국 소비자의 우려에 대해 벤츠는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은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운터튀르크하임(독일)=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