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로…MBK·영풍, 임시주총 소집 청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대항마로 부상했던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가 목표치를 밑돌았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어느쪽도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가운데 MBK 측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마감된 자사주 공개매수에 204만 30주(9.85%)가 응했다고 28일 밝혔다. 공동매수자로 참여한 우군인 베이케피탈은 고려아연 주식 29만 1272주(1.41%)를 확보했다.

고려아연이 매수한 자사주는 소각될 예정인만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추가로 확보한 우호지분은 베인캐피털이 확보한 1.41%다. 이에 따라 우호지분은 기존 33.99%에서 35.4%로 높아지게 됐다. MBK와 영풍은 지난 14일 마감한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 38.47%을 확보한 상태다. 양측의 지분 차이가 3%포인트(P) 가량 차이가 난다.

앞서 고려아연은 최소 수량 없이 최대 20%(베인캐피탈 최대 2.5% 포함)의 지분 물량을 사들인다고 밝힌 바 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고려아연과 MBK 측은 공개매수 결과를 두고 각각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고려아연은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의혹 등으로 당사가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MBK, 영풍의 공개매수에 5.34%가 응하면서 실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유통물량이 감소했다”면서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는 설명해온 유통물량이 합리적이고 정확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고 평가했다.

반면 MBK와 영풍은 “다수의 주주분들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공개매수가보다 주당 6만원이나 높았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많은 주주분들이 청약하지 않은 점은 그 만큼 무너진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바로 세우겠다는 MBK와 영풍의 대의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주주분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를 통해 승기를 잡지 못한 가운데 후반전에 대한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우선 고려아연은 법적 대응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검찰 고발 등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의 조사와 향후 수사 등이 진행되면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MBK 측은 신규 이사 선임의 건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 사외이사 1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 등을 심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고려아연 이사회에게 발송했다.

MBK 측은 “특정 주주가 아닌 최대주주와 2대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요 주주들의 의사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재구성하기로 했다”며 “현 이사회가 철저하게 무력화됐다는 점을 고려해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12명을 추천했고 기타비상무이사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을 추천했다.

MBK 측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로 의결권 확보를 위한 장내매수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양측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주식 유통물량이 크게 줄었다. 잔여 물량은 5~6%대로 추정된다. 다만 고려아연 주가가 이날 종가 기준으로 130만1000원으로 올라 양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