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창업의 전진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대학 평가 지표에서도 창업은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기술 창업에 있어 대학은 인력, 인프라, 자원 등 어느 단체나 기관보다 창업에 적합한 공간으로 인정받는다.
정부도 대학 창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한다. 에듀플러스는 '대학 창업 톺아보기' 기획을 통해 정부가 지원하는 다양한 창업 정책을 살펴보고 국내·외 대학 창업지원 현황을 알아본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창업중심대학 사업'을 통해 창업기업을 육성한다. 창업중심대학은 대학발 창업 활성화와 지역 예비 창업자 발굴·육성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추진됐다. 운영 기간은 3년이다. 운영 이후 평가를 통해 2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성균관대, 경상국립대, 한남대 3곳이 추가 선정됐다. 지원 예산은 연간 76억5000만원이다. 창업기업 사업화 자금, 실험실 창업기업 사업화 자금이 각각 56억원과 8억원 내외로 비중이 가장 높지만,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창업 프로그램 운영비(5억원), 전담 조직 운영비(7억5000만원) 등도 적지 않다.
창업중심대학의 핵심 역할은 예비 창업기업 선발과 사업화 지원이다. 대학은 창업기업, 실험실 창업기업 등 성장 가능성 있는 창업기업을 발굴해 공간·인력·장비 등 창업지원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화를 지원한다.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관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창업기업을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교육 지원 △투자유치 지원 △판로개척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 등 기본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단계별 창업기업 수요에 기반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 밖에 중기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창업지원 정책은 △메이커 활성화 지원 사업 △창업보육센터 지원사업 △팁스(TIPS)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가장 큰 대학 창업 정책은 '실험실창업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기반 혁신창업대학 △공공기술기반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한국형 아이코어) △첨단과학기술기업 글로벌 협력 스케일업 R&D 지원사업 등 3가지 사업을 포함한다.
과학기술기반 혁신창업대학은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교육부, 중기부 등 3개 부처가 연계 지원하는 사업이다. 원래 명칭은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이었으나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명칭도 바뀌었다. 지난해는 총 13개 대학을 선발하고, 2년간 총 144억원을 지원한다. 단독형에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인하대, 충남대, UNIST 등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형 아이코어 사업은 연구물의 기술사업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실험실창업 탐색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과 출연연 연구원이 공공연구성과를 활용한 실험실창업 가능성을 검증한다. 2024년 사업 예산은 총 45억원 규모로, 창업탐색팀을 발굴하고 창업보육 역할을 하는 '실험실창업혁신단'을 발족했다. 고려대·성균관대(수도권), KAIST(충청권), 포스텍(대경권), GIST(호남권), UNIST(동남권), 이화여대(여성특화형)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교육부의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BRIDGE 3.0)' 사업도 대학이 보유한 연구 성과를 발굴해 기술이전 및 기술사업화를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창업 정책이다. 2023년 교육부는 예산 168억원을 투입해 △기술거점형(가천대·광운대·국민대·단국대·서강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대·성균관대·세종대·숙명여대·숭실대·아주대·연세대·이화여대·전북대·포항공대 등 16개교) △지역거점형(강원대·경북대·부산대·인제대·전남대·충남대·충북대·한양대 에리카 등 8개교)을 선정했다.
해외 역시 정부 주도의 다양한 대학 창업 정책을 추진하며 창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창업진흥원이 지난 3월 공개한 '대학발 창업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은 2006년부터 개방형 혁신과 스타트업 문화를 3대 중점 분야 중 하나로 설정했다. 프랑크푸르트, 라인, 마인지역은 17개 대학과 기업가 정신 확산을 위한 활동을 공동 추진해 지역기업과 생태계를 구축했다. 독일 연방 정부는 공모를 통해 12개 대학을 창업대학으로 선정해 5년간 지원한다.
핀란드 정부는 노키아 몰락 후 창업에 주목하면서 매년 4000여개 스타트업을 키워내고 있다. 핀란드 인근 도시에서 대학·기업·정부가 공동으로 혁신을 이끌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조성한 것이 핀란드 스타트업 성장의 열쇠가 됐다.
중국은 경제 성장률 둔화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창업을 통한 혁신'을 강조한다. 중국 교육부는 2015년 4년 내 '80만 대학생 창업 시대'를 목표로 했다. 특히 대학과 연구소, 창업 유관시설 등이 통합된 '중창공간'을 활성화했다. 대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도 다양하지만 창업을 확산하기 위한 교내 기관 연계도 눈에 띈다. 칭화대나 북경대에는 교내 창업지원기관이 국내외 기업과 엑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창업기금을 조성해 운영한다.
한 창업대학원 교수는 “국내 창업 정책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해외에 비해 여전히 인프라 구축,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창업은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장기적인 시각으로 풍토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