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물리학상이 모두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나왔다. 이는 전기의 발명처럼, AI가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준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반도체 기술과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파워가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지금의 AI는 있을 수 없었다. 더 늦기전에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야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당 초선 공부모임에서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 하는가'를 주제로 직접 강연에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초선 공부모임은 주로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진행했으나 이날은 40여년간 삼성에서 근무한 고 의원이 직접 '1일 선생님'으로 나섰다.
그는 이날 메모리·시스템반도체의 개념 설명부터 반도체 전 공정의 8대 공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는 “메모리반도체 중 D램은 모래 위에 글씨를 써 놨다가 파도가 오면 없어지는 것이고, 낸드플래시는 시멘트에다 글씨를 써서 굳힌 것이라 그대로 남아 저장되어 있는 개념”이라고 묘사했다.
또 미세공정 과정을 “세계 최고층 UAE 부르즈칼리파 설계 도면을 아기 손톱 크기 안에 그리는 수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서는 “기존 데이터가 지나가는 길이 왕복 4차선 고속도로였다면, HBM은 64차선으로 늘렸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전기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라면서 저전력반도체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공급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고 의원은 “HBM이 8대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데 총 155일, 삼성전자 엑시노스2400은 166일이 걸린다”며 “전기가 0.01초만 끊겨도 이 모든 제품들이 불량품이 된다”고 했다.
HBM 시장에서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언급하며 그는 “전 세계가 한국의 혁신에 주목하고 있다”며 “다만 메모리 분야 발전이 생각보다 더디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도 TSMC와 더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 일본, 미국 정부가 말도 안되는 돈을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만 재정적 한계로 세제지원, 저리융자 정도에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직접 보조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감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팹리스를 비롯해 소부장기업, 스타트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가능성을 이야기했다”며 “실제 팹리스 업체들이 5나노 공정 기준 샘플을 하나 만들려면 100억원이 소요되는데, 자금 지원 없이는 이뤄어질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자위에서 법안 심사가 있을텐데, 반도체특별법안에 직접 보조금 조항을 꼭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임에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수 초선의원, 중진 의원들까지 참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아직 경제 성장은 과거처럼 드라마틱한 기회가 남아있고, 그 남아 있는 기회를 이용해서 우상향 성장을 해야 되고, 그 과실을 우리 모두를 위한 복지에 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 키포인트가 AI와 반도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당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조항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며 “이는 반도체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AI의 혁명을 통한 국가 전체의 부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도 “반도체는 그 어떠한 전략 무기보다도, 더 소중한 지금 우리의 안보 자산이 되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