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배터리 산업' 풍향계가 바뀔 수 있어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현지 보조금 축소 등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산업협회는 이달초 실무진을 미국에 파견했다. 대선 동향을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 대선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소속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축전을 전개 중인데,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느냐에 따라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아서다.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 될 경우 배터리 산업 불확실성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는 당선 시 전기차 의무화 정책 종료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축소를 공언한 바 있다. 전(前) 정권의 역점 사업인 만큼 정책 방향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IRA는 미국 전기차 보급 확대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했다. 미국 행정부는 투자 유치 차원에서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배터리 업계에 AMPC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황 악화에도 사업을 이끌어 갈 동력이 될 수 있어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제도가 폐지·축소되면 국내 기업은 미국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IRA 폐지 또는 축소로 한국 배터리 산업의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실제 폐지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하원의원 선거 결과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기조다. IRA 존속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긍정적이다. 미 현지사업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최근 행보도 미 대선 동향을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산업협회의 미국 파견에는 협회 일부 회원사도 동행했는데, 배터리 소재사 중심으로 출장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변화에 따른 공급망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현지 싱크탱크와 소통하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대선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며 “미 대선 이후에도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 정책 변화에 따른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