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삼성전자, 신상필벌·세대교체 단행에 촉각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앞둔 재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4대 그룹인 삼성·LG·현대차·SK에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원칙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SK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을 시작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대대적 쇄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LG전자와 현대차는 성과에 따른 보상이 인사와 조직개편에 반영될 전망이다. LG전자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비중 확대와 기존 사업의 체질개선,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가속도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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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내달 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삼성전자의 사업 위기감이 높은 만큼 예년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됐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경쟁에서 뒤처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위기 돌파 차원에서 5월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선임했다. 전 부회장은 부임 직후 반도체 사업 현황을 세밀하게 점검하고 새로운 사업전략을 짜고 있다. 이미 세부 인사이동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사업 쇄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위기가 삼성전자 전체로 확산되며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영상·가전(VD·DA)사업부도 현 구조에 안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모두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 미래 시장을 주도할 신기술과 전략 마련에 특단의 조치를 내릴 필요가 높아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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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21년 12월 당시 대표이사 3인인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반도체, 모바일, 가전사업 수장을 한 번에 바꾸는 이례적 인사로 세대교체와 쇄신 의지를 반영한 바 있다.

당시 한종희 부회장이 영상·가전(VD·DA)과 모바일(MX) 사업을 합친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이끌고 경계현 사장이 DS부문을 맡는 투톱 체제를 갖췄다.

올해 인사에서 다시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할 지 관심이다. DS부문장이 5월 교체되며 현재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인사에서 다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지 여부와 대표이사 교체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안팎으로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사업지원TF를 정식 조직으로 격상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미래 투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필요도 불거졌다.

이에 따라 주요 부회장단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정현호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 전영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정현호 부회장, 한종희 부회장, 전영현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1960년생), 한종희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1962년생),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1960년생)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여부가 거론되고 있다. DS부문장이 5월 새로 부임한 만큼 새 인물이 다시 선임될지는 불투명하다.

등기임원인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사장(1964년생),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1967년생),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1968년생)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다.

인사 대원칙인 신상필벌 잣대를 적용하면 DS부문 전체에 걸쳐 대대적 인사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모바일과 영상·가전 사업도 반도체 위기 여파로 변화를 피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부문장 교체 여부에 따라 추후 인사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