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수도' 노리는 경북, 750억 투자에도 하루 수십명 방문에 불과

경상북도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포트' 캡쳐화면
경상북도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포트' 캡쳐화면

경상북도가 최근 4년간 약 746억원을 투입해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추진했지만 메타버스 플랫폼별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0명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경북은 '메타포트' 플랫폼 구축, 메타버스 체험센터를 비롯해 메타버스 사업 일환인 XR 디바이스 개발센터, 동북아 메타버스 허브, 디지털 미디어 혁신허브 구축 등 다양한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총 746억원을 투입했다.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큰 규모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 27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152억원, 2023년 179억원, 올해는 387억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했다.

경북은 매년 메타버스 투자 규모를 늘리며 '메타버스 수도' 조성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5200억원 규모로 메타버스 사업을 기획하겠다고 포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7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음에도 구체적인 실적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경북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아바타포토존, MR미디어아트존, XR메타버스체험존 총 방문자 수는 2023년 2월부터 올해 9월까지 3만 1508명으로 월평균 1574명, 하루 평균 방문자 53명에 그쳤다.

최근 선보인 '메타포트'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1만 950명이 방문했다. 월 평균 2328명, 하루 평균 91명에 불과하다. 메타포트는 가상 경북도청 투어, 지역 관광 투어, 콘퍼런스·박람회·세미나 등을 콘텐트로 제공한다.

경북 도의회에서는 '혈세낭비'이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 경북도의회 의원은 “메타버스 수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을 수 있으나 시민들은 체감을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시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아직까지 정확도와 정밀도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 목표와 괴리가 크고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타버스 업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최용기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메타버스는 미래 기술로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관점에서 경북이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지역 기업에 한정짓지말고 경북이 검증된 기업들과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법제도 개선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 부회장은 “경북은 인구 소멸도시가 많아 메타버스로 교육,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재양성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 메타버스 기업 대표는 “경북은 민간 기업과 함께 장기간 새로운 아이템과 기술을 접목하고 K팝 등 다른 문화와 결합하는 등 시도를 이어가야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북도 메타버스 사업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의 미미한 실적은 아프게 생각한다”면서 “메타버스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홍보와 기술 투자를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