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전반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없었던 리스크가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그룹 AXA의 미국 자회사 AXA XL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이버 보험을 공개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AXA XL은 사이버보험에 생성형 AI 관련 특약을 추가했다. 해당 특약은 기업이 자체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할 경우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AXA XL은 AI 시대 새로운 위험으로 △데이터 오염 △규정 위반 △사용권한 침해 등을 꼽았다.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해킹과 같은 공격으로 데이터가 조작·오염되면 기업은 데이터 정리 및 소송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올해부터는 유럽연합(EU)이 AI법을 승인하는 등 AI에 대한 규제가 하나둘 마련되고 있어,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법규를 위반하게 될 가능성도 생겼다.
또 회사가 개발한 생성형 AI가 라이센스나 지적재산권이 포함된 자료와 데이터를 활용하는 저작권 침해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생성형 AI가 제작한 결과물에 대해 법적 다툼이 일어날 개연이 크다.
AXA XL은 새로운 보험으로 이같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이버보험 특약을 미국, 캐나다, 영국과 로이드 시장, 유럽 및 아시아 전역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스위스리, 그린라이트리와 같은 글로벌 재보험사가 AI 관련 보험을 개발중인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하는 등 해외에선 AI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비자 상담과 보험금 지급 등 보험사 업무 전반에 생성형 AI가 활용되고 있음에도 전용 보험은 미비한 상태다. 사이버 보험 경쟁력 자체도 해외 대비 뒤처지고 있다.
올해 초 화재보험협회가 발표한 방재와 보험 보고서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보험사가 거둬들인 사이버종합보험 보험료는 185억원으로, 전세계 사이버보험료 13조6000억원 중 0.1%에 불과했다. 의무보험인 개인정보보호, 전자금융거래 배상책임보험을 포함해도 전세계 0.5%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보험 시장 규모가 전세계 7위로 평가받는 것과 비교하면 괴리가 크다 보니, AI를 포함한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나 사이버 위험은 큰 재무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지만 생명이나 건강으로 직결되지 않아 기업 경각심이 낮은편이고, 수요가 적어 보험사들도 관련 보험을 적극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