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인사] 정용진·정유경, 독자경영 체제로…계열분리 '시동'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 선언은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독자 경영이 본격화 됐음을 의미한다. 남매 경영을 마친 두 사람은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30일 신세계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공식적인 계열 분리를 선언했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 부문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부문을 맡아 독자 경영에 나선다. 당초 부회장 승진이 점쳐졌던 정유경 회장은 단숨에 회장직에 오르며 오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계열 분리는 예견된 수순이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이마트, 백화점을 분할한 이후 2015년부터 이마트는 아들에게, 백화점은 딸에게 각각 맡겨왔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신세계·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해 지분 구조를 정리했다.

지난 2019년에는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각각 신설하면서 계열 분리의 밑그림을 그렸다. 2020년에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백화점 지분을 나눠 받으며 두 사람은 각각 이마트·신세계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남매 간 지분 정리는 사실상 끝난 상태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 신세계 지분 10%가 두 사람에게 전해지면 승계 작업도 완전히 마무리된다. 이마트·신세계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SSG닷컴만 남았다. 완전한 계열 분리까지는 최소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는 단순한 사업 리스크 분산을 넘어 완전한 독립 경영을 의미한다. 두 남매가 어머니 이명희 총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사업 역량을 펼치고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도 속도를 낸다. 계열 분리가 공식화된 만큼 백화점과 대형마트라는 오프라인 유통 양대 축을 중심으로 각각 본업 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전망이다. 현재 백화점 부문에는 면세·홈쇼핑·리빙·아울렛 계열사, 이마트 부문에는 대형마트·슈퍼·편의점·식품·호텔·e커머스 계열사가 각각 포진돼있다.

이마트 부문은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두고 사업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형마트·슈퍼·편의점 시너지 창출에 매진하는 한편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 신규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식품은 비효율 사업인 제주소주를 매각했고 신세계건설 상장 폐지도 추진 중이다. 향후 복합쇼핑몰, 테마파크 등 신성장동력에 역량을 집중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부문은 차별화된 상품 기획(MD), 아트 마케팅을 접목해 계열사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주력한다. 패션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잠재력 높은 뷰티·라이프 부문을 신설해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그룹 계열 분리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3세 독자 경영을 개시해 장기 생존을 모색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며 “두 남매의 사업 영역이 크게 충돌하지 않는 만큼 새로운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