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울산에 ESS용 LFP 마더라인 구축…美 투자도 검토”

삼성SDI가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전시하는 LFP+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4'에서 전시하는 LFP+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업에 나선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30일 열린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최근 LFP 셀 검증을 마치고 제품·설비·콘셉트 등을 확정해 지난달부터 울산 사업장에 마더라인 구축을 시작했다”며 “2026년 양산과 글로벌 프로젝트 공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그동안 ESS용으로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만들어왔는데, LFP를 새롭게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마더라인이란 제조사가 보유한 생산체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곳으로, LFP 배터리 핵심 라인을 울산에 구축하고 있다는 뜻이다. 〈본지 2023년 9월 21일자 7면 참조〉

손 부사장은 ESS용 LFP 배터리에 대해 “각형 폼팩터 장점을 활용해 업계 최대 사이즈를 구현했다”며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공법과 셀 설계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특성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가 ESS용 배터리 투자를 강화하는 건 ESS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전기차 시장 둔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ESS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친환경 발전 확대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미국 내 전력용 ESS 수요는 올해 41기가와트시(GWh) 수준에서 2030년에는 90GWh로 2배 이상 증가가 예상된다.

삼원계를 만들던 삼성SDI가 LFP를 택한 건 내구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LFP는 과충전과 과방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낮고, 배터리 셀 열화 현상도 적어 장수명 배터리가 필요한 ESS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기차 수요 둔화도 ESS 사업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미국에 LFP 배터리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손 부사장은 “국내 마더라인 검증과 초기 양산을 마친 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고 현지 생산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을 해외 거점으로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ESS 배터리 부문에서 장기 공급 프로젝트가 늘고 있으며, 미국 3대 전력 회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내년 공급 물량까지 안정적인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실적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삼성SDI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조9356억원, 영업이익은 1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0%, 영업이익은 72% 감소한 수치로,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ESS 사업 강화와 함께 내년 1분기 차세대 원통형 전지인 46파이(지름 46㎜) 양산과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공급 확대로 실적 개선을 노린다. 내년에는 유럽 전기차 수요가 올해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 3분기 실적 추이. (표=삼성SDI)
삼성SDI 3분기 실적 추이. (표=삼성SDI)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