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안팎에서 딥페이크 범죄사례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가짜 이미지나 영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딥페이크가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는 딥페이크 예방교육, 금지교육 등 처방적인 대응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을 한 가지 던지게 된다. '딥페이크 자체가 나쁜 기술일까?'하는 질문이다. 사실 딥페이크 기술은 영상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독립운동가들의 과거 모습을 재현하거나 돌아가신 분들의 생전 모습을 특수 효과로 나타내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모든 기술에는 명(明)과 암(暗)이 존재한다. 결국, 기술이라는 배는 스스로 나아가지 않으며 항해 키를 잡은 인간에 의해 나아갈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 믿는다.
2025년도에 도입될 AI 디지털 교과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3학년 학생들과 디지털 시민성 수업을 진행하며 디지털 기초 소양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딥페이크 예방교육' 또는 '금지교육'이 아닌 '딥페이크 이해교육'으로 수업의 명칭을 바꾸어 학생들이 직접 사고하고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의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먼저 'Which face is real?(https://www.whichfaceisreal.com/)' 사이트에 접속하여 실제 인물과 인공지능 기술이 만들어 낸 이미지를 구분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을 진행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인지적 혼란을 겪었다. 실존 인물이라 생각했던 이미지들이 인공지능이 만들어 낸 이미지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교사가 지도하고자 하는 방향과 의도를 꼭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학생 스스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체감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딥페이크 기술이 긍정적으로 이용되는 사례와 부정적으로 이용되는 사례를 균형감있게 살펴보며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면 좋을지 고민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했다. 수업을 진행하며 놀라웠던 사실은 단순히 '그건 나쁜거야, 잘못된거야!'라고 단순히 교사가 안내하고 전달할 때보다 학생들이 훨씬 더 진지한 자세로 몰입하며 수업에 참여했다는 사실이었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놀라움과 약간의 두려움이 모든 활동을 마치고 나서는 아이들 눈에 찬 어떠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현시대만큼 잘 어울렸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자고 일어나면 업데이트되어 있는 세상 속에서 '이렇게 해야 해'라고 알려주는 당위적인 교육보다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포용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가 그토록 외치는 미래 교육은 어쩌면 학생에게 생각할 틈을 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수업일지도 모르겠다. 〈서혜진 역삼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