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무엇인가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일상적 일들을 제외하면, 장기간이든 단기간이든 지속되는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소위 말하자면 장단기 프로젝트다. 이런 일들은 모두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게 마련인데, 대체로 부(富, 경제적 성취), 귀(貴, 신분이나 지위의 상승), 명(名, 명예, 즉 사회로부터의 인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용(中庸) 14장에 나오는 말이 있다. 소부귀 행호부귀(素富貴 行乎富貴). 부귀에 처하면 부귀대로 행하라. 이 말은 부귀가 부귀한 것으로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귀한 지위에 걸맞는 행동과 덕성을 갖추라는 말이다. 진정으로 부귀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을만한 덕성(德性)과 지위(地位)가 아름다운 조화(調和)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부(富)의 규모나 귀(貴)의 높은 정도와는 무관하게 그들의 존경을 표한다.
전도몽상(顚倒夢想). 앞뒤가 뒤바뀌어 거꾸로 된 상태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중심적 생각이나 망상에 사로잡혀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됨됨이가 어리석어 가치관과 사고체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이러하다. 이들의 부귀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부(富)와 귀(貴)는 무조건 좋은 것이니, 어떠한 부끄러움과 범법(犯法)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구해야 하며, 절대로 그 자리를 떠나면 안 된다. 부귀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든 방법들을 취하라. 이들이 입을 열면, 잘못된 사고체계에서 비롯된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자기 말이 엉망임을 스스로 느끼는 순간부터 급기야 비속어를 앞세워 고함을 치면서 스스로가 이미 더럽혀버린 자신의 지위(地位)를 내세운다. 물론, 이렇게 애를 썼음에도, 그들은 그 어떠한 것도 이루지 못하는 실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중용(中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사 유사호군자 실저정곡 반구저기신(射 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화살을 쏜다는 것이 군자의 태도와 같은 점이 있으니, 정곡을 맞추기를 실패했다면, 자신의 마음과 태도를 돌이켜 봄으로써 그 이유를 구해야 하느니라.
활을 쏠 때, 목적이 과녁에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손이 활을 놓는 그 순간에 이미 명중 여부가 결정되어 있다. 축구로 말하자면, 상대의 전술을 완벽하게 분석하여 필승의 전술을 세운 다음에 반복된 훈련이 있어야 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후방에서부터 완벽한 빌드업을 통해 상대의 수비를 흩뜨린 후 최종 공격수가 완벽한 찬스를 맞이해야 비로소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듯, 과녁 명중(목적 달성) 여부는 활을 놓기까지의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만일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과녁, 화살의 재질, 갑작스런 바람이나 신의 의지 등에 있지 않다. 그 이유를 자기에게서 구하여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발전과 완성을 추구해야 한다. 군자거이이사명 소인행험이요행(君子居易以俟命 小人行險以徼幸). 군자는 자신의 지위에 맞는 최선을 다 하고 하늘의 명(命)을 기다리며, 소인은 험(險)한 언행을 일삼은 뒤에도 요행(徼倖)을 바란다.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에서도 전도몽상(顚倒夢想)에 대한 심오한 가르침을 전한다. 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遠離顚倒夢想 究竟涅槃). 전도몽상을 멀리함으로써, 번뇌와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영원한 평화(열반(涅槃))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말은 특히 지도자들에게 더욱 중요한데, 노벨상을 거머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전도몽상에 빠진 지도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지도자는 국가 전체를 바라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개인적인 욕심이나 편견에 사로잡히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특히, 거짓 정보나 왜곡된 시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국가에 큰 피해를 줍니다. 지도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합니다. '원리전도몽상'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사바하(娑婆訶)
이강우 동국대 AI융합대학장 k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