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이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윤석열-명태균 통화 녹음 공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명태균씨가 당시 당선인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통화하는 내용의 녹음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줄곧 명씨와의 관계에 선을 그었던 윤석열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박했지만 대통령실 해명에 등장한 이준석 의원의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의혹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31일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는 명씨가 제3자에게 윤 대통령과의 통화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녹음됐다.

해당 녹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은 명씨와의 통화에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했다. 이후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약 한 달 뒤인 6월 15일 지인에게 이를 설명하는 내용의 녹음도 공개했다. 명씨는 이날 해당 지인에게 “나는 분명히 했다고 마누라 앞에서 변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명씨는 “마누라한테 전화 와서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다”라고 발언하는 등 해당 녹음에는 당시 재·보궐선거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의원의 이름도 등장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한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라며 “여권 일각에서 김건희 여사의 사과와 활동 자제, 특별감찰관 임명 따위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지만, 이는 명백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31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녹취 파일을 공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추가 녹음 공개도 예고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 이후 취재진에 “입수한 녹취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어떤 의미인지 분석 중이다. 분석이 끝난 뒤엔 공개하겠다. 확인한 것 중에도 상당수 추가 공개할 것이 있다”며 “광역단체장 선거나 국회의원, 또 다른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씨의 그 당시 발언이 담긴 걸 확인했다. 조만간 공개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녹음 공개 이후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해당 공천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이던 시절 이뤄진 것이어서 당선인이었던 윤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당선인은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 위원장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당시 윤 당선인과 명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준석 의원도 재차 반박에 나섰다.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관위로부터 보고를 받는 줄 알지 못했다. 후보 측 관계자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면서 “저 시점으로부터 한 달 뒤에 윤리위에 걸어 (날) 쫓아내려고 기획했던 자들이 어디서 이준석을 팔아 변명하나”라고 비판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