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칼을 빼들었다. 31일 오전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이자 유상증자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조사를 개시하며 불공정 행위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할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주재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최근 한 달여간 이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금감원의 현재 조사·검사 상황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함용일 부원장은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 양측 불공정거래,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공개매수 관련 풍문 등 부정거래행위, 인위적 주가 목적의 시장교란 등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미래에셋증권에 조사 인력을 파견했다.
지난 30일 기습적으로 진행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시장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시장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 충실 기재여부를 살펴보고 증자목적,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주주가치제고에 부합하는지 여부 등 관련 의사결정이 충분히 기재되어 있는지를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전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고 이날도 7.68% 내린 99만8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자연스레 공개매수 사무취급과 유상증자 모집 주선을 맡았던 미래에셋증건의 사실 관계 인지 여부에도 주목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함용일 부원장은 “공개매수신고서와 유상증자 신고서가 있는데 둘 다 관여한 곳이 미래에셋증권”이라며 “이를 동시에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주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응할지 말지를 의사결정해야 하는데 대량의 유상증자 소식을 이사회가 알았다면 부정거래 행위 등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이어 합병 관련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는 두산을 두고서도 금감원은 보다 정확한 설명을 기재할 것을 요구했다. 특정 가치 산정 방식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가치 산정에 대한 근거 있는 설명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서도 “내부 통제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의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금감원은 향후 기업구조 개편에서 주주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