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마다 지방소멸 극복이 당면한 과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특구를 도입하고 대규모 투자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중 유망 기업 육성이야말로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특히 규모는 작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은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인재가 남아 정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상권을 살리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구하는 원천이다. 지자체들이 유망 중소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육성하는 이유다. 광주 지역경제를 견인할 의료산업 분야 강소기업 티디엠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핵심기술과 주력 제품 개발, 성장 과정 및 노하우,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티디엠(대표 김선미)은 총 47종류 3500여종에 달하는 골절 관련 생체의료부품 및 의료기기를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골 접합용 정형외과 의료기기를 처음으로 국산화한 기업이다. 기존 수입 정형외과용 의료기기의 의존율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등 해외 15개국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선미 대표는 “정형외과 제품을 직접 개발, 설계, 생산, 가공, 판매 네트워크까지 모두 구축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라며 “생체의료부품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희망하는 설계와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사용자와 공동으로 협업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노하우와 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금속 임플란트 제품과 바이오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 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K-생체의료부품이나 의료기기 산업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며 “100년 이상 지속해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전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며 인류의 건강 증진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선미 대표와의 일문 일답.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대학을 졸업하고 의료기기 회사에 취직해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해외에서 수입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마케팅 부서에서 해외 수입과 의료기기 인증 업무를 하나 둘씩 배우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다보니 의료기기 국산화에 대한 열망이 생겼고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골 접합용 의료기기는 서양 수입제품 의존율이 높다. 동양인 체형과 피부에 잘 맞지 않는다. 당시 골절 부문 임플란트 사업팀장을 맡고 있었는데 이 점에 착안해 창업하게 됐다. 같이 일한 후배 2명, 뒤에 합류한 선배 1명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었다.
첫 출발은 2005년 경기도 성남 을지대 창업보육센터에서 개인사업자 '트라디메딕스'였고 대표를 맡았다. 2008년 법인 전환한 티디엠의 회사명은 트라우마(Trauma·외상), 디지즈(Disease·질병), 메딕스(Medics·극복)의 합성어에서 따온 것으로 '골절이나 외상과 같은 질병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타지에서 광주로 이전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대학 선배의 소개로 광주테크노파크 타이타늄(티타늄)·특수합금부품개발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연구개발(R&D) 과제도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곧바로 2007년 3월 광주로 둥지를 옮겼다. 광주테크노파크의 인프라와 지원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티디엠은 없었을 것이다. 광주테크노파크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생체의료용 골절용 임플란트 분야에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국산화할 수 있었다.
-생체의료부품 산업 시장은.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인 데이터 브리지 마켓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외상 제품 시장은 2022년 59억1000만달러에서 2030년까지 최대 114억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2030년 예측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8.6%에 달한다.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골절된 부위, 즉 손과 발, 팔, 다리 등을 수술로 재건하는 의료기기인 트라우마 제품 시장은 의료 장비 산업에서 중요한 분야다. 메드트로닉, 카디널 헬스, 스트라이커, 스미트 앤 네퓨, 드퓨 신테스, 짐머 바이오메트 등 글로벌 기업이 강세다.
그 중 스트라이커는 1941년 설립했으며 의료 기기 및 임플란트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약 175억달러로, 외상 및 정형외과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다.
북미는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과 함께 외상 사례와 발생률 증가로 외상 제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노인 인구 급증과 가처분 소득 증가로 2023~2030년 예측 기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연간 총시장 규모는 1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외국산 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을 소개해 달라.
▲골 접합용 의료기기는 골절 등 몸의 뼈에 이상이 생길 경우 수술할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주로 머리에서부터 손과 팔의 골절, 얼굴 교정(양악수술) 등에 사용한다. 현재 골 접합용 의료기기 시장은 크게 골절외상, 골반과 대퇴골을 잇는 고관절 및 무릎 부위인 슬관절의 인공관절, 척추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생체의료부품 가운데 정형외과 의료기기 제품 위주로 생산한다. 티타늄 금속을 기반으로 금속 임플란트 의료기기를 개발, 생산, 판매, 수출까지 한다. 생체의료용 임플란트에 이용하는 티타늄은 금속에 비해 약 45%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와 중량 비율을 제공하는 탁월한 재료다. 생체 적합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제품은 골 접합용 나사와 판, 추간체고정재, 골수내고정막대 등이다. 골 접합용 나사와 판은 파손된 뼈를 지지하고 고정해 아물어 붙는 것을 돕는 데 쓴다. 추간체고정재는 척추의 뼈 이식이나 척추 이탈, 만곡증 교정 과정에서 추간체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골수내고정막대는 대퇴골이나 경골 등 긴 뼈가 골절됐을 때 치료 과정에 쓰인다. 미끄러짐 사고가 빈번한 겨울과 유동 인구가 많은 여름철에 많이 나간다.
-매출 규모와 회사 성장 비결이 있다면.
▲지난해 매출액은 2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당초 300억원을 목표로 했다. 국내 의료 사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23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비록 목표 달성에는 미흡하겠지만 창사 이후 줄곧 성장 가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해 다국적 기업의 수입에 의존하던 골절치료용 정형외과 의료기기 국산화를 주도해왔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골절치료용 정형외과 전 품목을 취급한다. 현직 의사들의 조언과 연구진의 끊임 없는 연구로 한국인 등 동양인의 체형에 맞는 골 접합기구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디자인과 두께, 크기를 차별화해 국내 의료기관의 기존 수입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의존율을 낮춘 반면 국산 제품의 인식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공장 자동화와 공정 개선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덕분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형외과 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설계, 생산, 판매 네트워크까지 구축해 트라우마 제품 만큼은 국내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달리고 있다. 물론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수출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특히 각 국가별 품질인증과 시스템 인증체계도 구축했다. 트라우마 금속 임플란트 제품과 정형외과 제품을 설계·개발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년 이상 해외 15개 국가에 대리점, 국내에는 300여개의 대리점을 운영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과감히 순수 국산 기술력으로 만든 제품을 들고 해외 전시회와 학술대회 등을 돌며 정형외과 의료기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수시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8년 12월 첫 해외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유럽 CE인증을 획득했다. 2년 뒤에는 처음으로 중동 국가인 이란과 수출계약을 맺어 1억원가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미국 정형외과학회 'AAOS 2011'에 참가해 멕시코, 터키 등 5개국으로부터 150만달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동양인 체형에 맞게 제품을 출시한 덕분에 중동에서 반응이 좋다. 현재 1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나.
▲미국 등 서양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을 중국산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와 중국과는 분명 기술력에 차이가 있고 품질은 훨씬 뛰어나지만 동양에 대한 서양인의 시각이 왜곡돼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해외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설명하고 홍보한다.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가격정책이 사업자에게는 외국에 비해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 신제품을 출시해도 결국 가격 가이드라인은 기존 제품과 동일시되고 만다.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제도가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문이라고 본다.
-수상 실적이나 지식재산(IP) 등록 현황은.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ISO13485), 유럽의료기기(MDD·CE), 미국 식품의약국(FDA) 510K, 브라질 식약위생감시국(ANVISA) 승인 등 해외시장에서도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40여건의 특허 등록과 4건의 특허출원, 12건의 디자인등록 등 다수의 지식재산권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제조품목허가 60여건의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한 후 생산품목군의 다양화를 위해 골이식재제품, 흡수성 폴리머제품, 복합소재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기업부설연구소는 산업통상자원부 우수기업연구소(ATC+)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27차 아시아사이언스파크협회(ASPA) 연례회의'에서 광주테크노파크 추천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최종 결선에서 이란 및 튀르키예에서 추천한 기업을 제치고 대상을 거머쥐었다.
-미래 도전이나 계획은.
▲골절 임플란트 제품 개발 및 생산뿐만 아니라 바이오 제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제품은 재생의료 분야의 의료기기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콜라겐 응용제품과 세포외기질(ECM) 바이오 원료 소재화, 흡수성 폴리머 응용제품, 합성골이식용 뼈 등 다양한 바이오 제품을 직접 설계와 개발, 생산, 판매까지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 제품은 인체 내에서 흡수돼 기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도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제조기술과 원료 관리로 생물학적 안전성 뿐만 아니라 효과까지 입증받아 판매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인 의료기기 설계와 개발, 생산 기술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R&D 부서의 연구원 역량 향상과 신규 제품 개발력을 높이면 회사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리라 확신한다.
-회사 운영 철학은.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나 자신 또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사를 경영하는 게 즐겁다. 직원들하고 소통하는 것도 좋아한다. 늘 배우고 연구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공부한다.
광주지역 업체를 중심으로 협력업체를 구축하는 등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와 도제교육으로 지역 특성화 고교생과 대학생을 교육하고 직원으로 채용한다. 매년 직원 가운데 희망자를 모집해 대학교와 대학원 진학도 지원한다. 생산 현장 직원에게도 해외 학회나 전시회 참여기회를 부여해 견문을 넓혀주고 있다.
솔직히 우리 같은 기업이 광주에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타지에서 연구소만 설립한 뒤 R&D 사업비만 빼먹고 도망치 듯 떠나버리는 사례가 흔하다. 기업인도 사명감을 가져야겠지만 광주시 등 기업지원기관이 지역에 정착해 어엿한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과 고객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직원에게 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회사와 같이 성장하자고 강조한다. “너희들은 여기(회사)를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나는 너희를 잡으려고 노력하겠다”고 얘기한다. 평생 직장은 없어도 평생 직업은 있다고 생각한다. 미혼이라서 회사를 물려줄 자식도 없다. R&D나 생산,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또 다른 티디엠 꿈을 꾸는 직원들을 보고 싶다. 원한다면 소사장제도도 운영했으면 한다. 회사와 연관된 제품이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고 밀어줄 것이다.
100년 이상 지속하면서 금속 임플란트와 재생 바이오 의료기기 제품의 국내 1위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꿈이다. 직원 모두가 기술력과 품질을 뒷받침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직원과 고객,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