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헤이즈의 가을과 그리움 표현법 ‘FALLIN’’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가수는 자기 노래를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닌 것이, 자신의 음악에 감정이입이 반복되다 보면 그 음악과 비슷한 분위기나 성향, 취향 등을 지니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직접 자신의 음악을 쓰는 가수라면, 애초에 자신의 성격과 취향이 음악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헤이즈(Heize)는 다소 특이한 가수다. ‘이별 감성’, ‘비오는 날 어울리는 음악’으로는 첫손에 꼽히는 가수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굉장히 밝고 텐션도 높기 때문이다.

이는 아홉 번째 미니 앨범 ‘FALLIN’(폴린’)’의 발매에 맞춰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FALLIN’’의 음악들은 ‘그리움’이라는 먹먹한 감정으로 가득 채웠으나, 이를 설명하는 헤이즈는 솔직하고, 잘 웃으며, 다채로운 리액션을 보여주기 바빴다.

어쩌면 이런 입체적인 면모야 말로 헤이즈와 그의 음악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얻게 하는 매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헤이즈의 매력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기를 바라며, 인터뷰 동안 나눈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일단 이번 ‘FALLIN’’의 주제는 ‘그리움’이다. 실제 헤이즈는 이번 앨범을 설명하면서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자주 언급했고, 또 이와 관련된 질문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헤이즈는 “시작점이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 앞에 있고, 영원할 것이라고 믿덨던 순간이 사라진 후 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았다. ‘그리움’이라는 주제가 정해지자 그와 어울리는 곡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헤이즈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움의 대상은 다양하다. 가족일 수도 있고, 추억 속의 첫사랑일 수도 있고, 그 외에 소중한 무엇일 수도 있다.

이에 헤이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가족 사진을 복원해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헤이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콕 집어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그리움, 각자의 그리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족사진을 복원하면서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순간은 이 순간이구나’라고 느꼈다. 다른 사람도 그런 순간이 있을 테니 멈춰있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사진도 보고,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느낀 건 그리움은 ‘지금은 웃을 수도 있고 아쉬움도 동반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진득하게 마주하면서 이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또 깨달은 것이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소중하다’였다. 내 안에 같이있던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으니까 그렇다. 많은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 과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움의 대상이 꼭 가족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가족을 가장 먼전 떠올린 데에는 현재 헤이즈가 놓인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어머니께서 편찮은지 몇 년 됐다”라고 담담하게 털어 놓은 헤이즈는 “내 안의 그리운 시간을 말하면서 ‘어린 시절의 가족의 형태’와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다. 그렇다고 이 곡들이 어머니에 대해서 쓴 건 아니다. 그래도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계속 옆에서 어머니를 돌봐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누구나 엄마와 딸은 애틋한 관계기도 하고, 언제나 가장 큰 그리움이다”라고 어머니를 향한 효심과 애틋함을 드러냈다.

헤이즈가 느낀 그리움을 집약한 앨범이지만, 흥미롭게도 동명의 타이틀곡 ‘FALLIN’은 헤이즈가 직접 작사·작곡을 하지 않았다.

헤이즈는 “‘FALLIN’은 비아이가 쓴 곡이다. 타이틀곡을 계속 정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 싸이가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모니터링을 하는데 거의 만장일치로 ‘이거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가을에 어울리기도 하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녹일 수 있는 곡이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감정이 있고, 사랑부터 이별까지 잔잔하게 잘 풀어냈다. 이 곡이라면 각자의 그리움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좋았고, 다른 스태프들도 다 좋다고 하는 데에는 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내가 쓴 곡 중에는 타이틀로 할 만한 곡이 딱히 없었다. 이 곡이 가장 좋아서 타이틀곡이 됐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대중가요에서 ‘그리움’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대상이 아마 ‘첫사랑’일 것이다. 헤이즈 역시 이번 앨범에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담겨 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헤이즈는 “오래전에 나에게 첫사랑으로 남은 이야기도 있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첫사랑때 느낀 막연하게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런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족의 형태도 시간이 지나면, 내가 좀 더 잘 되면 다같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 (인생의) 타임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오면서 내 안에 힘든 시간, 아픈 시간도 있고, 채워진 부분도 있다. 너무 연연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나에게 쓰고 싶었다”라고 담담하게 되짚었다.

이어 헤이즈는 “누구에게나 가족도 있고, 살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첫사랑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은 나 혼자만 겪은 게 아니라서, 이번 앨범에는 한 사람만을 생각하고 쓴 곡은 없는 것 같다. 그리움을 떠올렸을 때 사랑, 우정 등 많은 단어를 떠올릴 건데, 사랑을 많이 알려 준 건 첫사랑 같다. 그리고 어렸을 때 하는 사랑은 훨씬 더 순수하니까 영향을 많이 줬다. 다양한 이별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쓰다보니까 다양한 대상을 담았다. 듣는 사람도 각자의 감정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렇다면 혹시 첫사랑이 아닌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을 떠올리며 쓴 곡도 수록됐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헤이즈는 “이번 앨범에는 두 번째 세 번째 사랑은 없다”라며 웃었다.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앨범 이야기와 별개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음악에 담는 감성이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헤이즈의 음악은 주로 이별과 슬픔에 대해 노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이즈는 본인 스스로도 “나는 평소 성격이 밝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의외라는 말을 많이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이에 헤이즈는 “그런 (이별의) 감정을 다루는 게 내 역할이기도 하고, 잘하기도 하는 편이라 오히려 더 털어낼 수 있는 것같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게도 위로가 많이 됐고 풀어낼 수 있었다”라고 이열치열의 법칙을 언급했다.

사실 헤이즈는 밝고 러블리한 분위기의 곡도 잘 어울리는 가수다. 대표적으로 ‘1/1440’ 같은 곡은 라이브 클립이 공개되자 타이틀곡 못지 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와 같은 밝은 모습이 담긴 음악도 듣고 싶다고 하자 헤이즈는 “어떤 소재가 딱 왔을 때 그런 소재를 풀어내면 좋은데, 최근에는 밝은 소재가 최근에 안 찾아온 것 같다. 어려서부터 단단하고 감성적인 곡을 많이 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다만, 최근에 만들다가 이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이 있는데 그 곡이 텐션이 밝다. 언젠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거라생각한다. ‘빙글빙글’만큼은 아니지만 신나는 곡이다”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헤이즈의 평소 성격이나 텐션은 아무래도 예능에 나왔을 때에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입담이 세서 빵빵 터트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웃기는 데에 진심이기도하다.

헤이즈는 “'예능에서 웃기는 것'은 지금 회사에서 전혀 반대하지 않고, 나도 기왕 나가는 것,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거 많이 보여주자는 생각이다. 또 그러기 위해 연구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춤을 엄청나게 못 춰서 춤을 출 때 사람들이 많이 웃더라. 쉽지 않지만 연습을 많이 하고있다. 성대모사도 많이 연습한다”라며 즉석에서 사이먼디의 성대모사를 보여주기도 했다. 참고로 덧붙이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헤이즈 스스로 한 성대모사다.

헤이즈의 예능에 대한 진심은 팬미팅에서도 발휘됐다. 헤이즈는 “지난 8월에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팬미팅을 했다. 내 첫 팬미팅이었다. 그래서 나도 팬분들을 실제로 보게 돼 정말 좋았다. 공식 팬클럽도 처음 만들었다”며 “그때도 춤을 췄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챌린지를 5개 준비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걸 가장 좋아하더라. 각 잡고 하는 건 아니지만 팬들이 원하면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춤 춘 순간이 생각이 난다”며 웃기는 것에 진심임을 강조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헤이즈는 자신을 둘러싼 다른 몇 가지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먼저 그는 늘 많은 곡을 쌓아두고 작업에 몰두하고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현재 남겨둔 곡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헤이즈는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앨범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내 본분은 앨범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나의 앨범을 내면 바로 다음 앨범 작업을 하고, 또 다음 작업을 하는 걸 멈추지 않고 이어왔다. 그리고 그때 그때 작업한 곡을 다 발매해왔다. 그래서 나는 쌓아놓은 곡이 많지 않다. 작년까지만 해도 만든 곡을 거의 다 내서 남아있는 곡이 없었다. 곡을 쌓아두는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헤이즈에게 가끔 따라붙는 오해가 ‘라이브가 약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그의 라이브를 몇차례 직관한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헤이즈는 오히려 라이브를 잘하는 편에 속한다.

이에 이 같은 오해가 억울하지 않은지 묻자 헤이즈는 자기도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는 듯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헤이즈는 “라이브에 대한 인식은 내가 부족할때 모습이 많이 각인돼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앞으로 내가 더 잘해서,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또 그렇게 할 자신 있는지 묻자 헤이즈는 “지금은 잘 하는 것 같다”라며 웃어보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헤이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가을을 꼽았다. 이번 앨범이 가을에 발매되고, 타이틀에도 가을을 뜻하는 ‘FALL’이 포함돼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헤이즈는 “내 감성과 생각을 담아서 앨범을 내다 보니까, 그때는 여름에 어울리는 곡을 많이 만들었다. 최근에 만든 곡은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곡을 많이 썼다”며 “가을은 짧고, 금방 사라진다. 그런데 누구도 막을 수 없어서 이번 주제에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앨범이 가을이면 떠오르는 앨범이면 좋겠다. 각자의 ‘가을 BGM’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라고 가을을 대표하는 앨범이 되기를 바랐다.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헤이즈, 사진=피네이션

여름의 더위에 허덕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가을의 한복판임을 알게 되는 것처럼, 헤이즈의 음악을 듣거나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매력에 빠져있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가을과 참 많이 닮은 헤이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