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속에 출범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산출 1개월이 되도록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가로 삼은 연초에 대비해서도 하락세다. 불공정거래 의혹에 휩쌓인 고려아연 등 일부 기업의 주가 변동에 따라 지수 전체가 흔들리면서 산정 기준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기업 상당수가 지수에 편입되지 않으면서 우량 기업군의 주가 상승분도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일 대비 0.35% 하락한 980.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2.10%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기준가로 삼은 올해 1월 2일은 물론 지수 첫 발표날인 9월 30일의 시가 1023.16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발표 이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표 첫 날 시가보다도 지수가 높은 가격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달 15일의 1023.83이 유일했다. 지수 발표 이후 기준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진 날도 총 6거래일에 이른다.
물론 국내 증시 전반이 연초 이후 지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대표성엔 의문이 따른다는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개 기업 가운데 밸류업 지수보다 양호한 1개월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30개에 불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종목 대부분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비교적 양호한 이유를 최근 주식시장이 대형주 위주로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지수의 등락은 주로 지수 내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에 따라 크게 흔들렸다. 지난 한 달 간, 단 5거래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하락하고 상승시 그 반대로 지수도 움직였다.
고려아연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고려아연의 주가 등락이 지수에 영향을 큰 영향을 미쳤다. 고려아연보다 시가총액이 큰 현대차나 기아보다도 지수와 동조하는 거래일 수가 많았다. 최근 공개매수와 기습 유상증자 안팎으로 고려아연의 주가가 상·하한가를 널뛴 결과가 지수 등락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정작 3분기 실적 발표 안팎으로 이어지는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는 지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이 거래소와 대기업에 “기초부터 배우라”며 높게 평가한 KB금융의 밸류업 공시는 지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애당초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던 까닭이다. LG전자, SK텔레콤 등 굵직한 대기업의 밸류업 공시도 마찬가지 이유로 지수에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는 4일 안팎으로 투입되는 2000억원 규모의 증권 기관 공동펀드도 지수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뿐만 아니라 공시 이후에도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종목까지 투자 범위를 넓히면서 지수 자체에 대한 자금 유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지수가 연초 기준가보다도 못하다는 것은 결국 기업의 주주환원을 위한 노력에도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가치 제고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다”면서 “연말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하루 빨리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