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롯데 등 주요 대기업과 유망 벤처·스타트업이 협업하는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이 막 올랐다.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수요 기반 협업, 실증·인증 지원, 후속 투자 등으로 하이브리드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새 지평을 연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공간와디즈에서 열린 2024 현대차 제로원데이에는 플로틱, 인켐스, 테솔로 등 딥테크 밸류업 선발 6개사가 투자설명회 무대에 올랐다. 전국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천한 28개 스타트업 중 현대차 실무진이 직접 선발한 업체들이다.
이들 기업은 공장 무인자동화, 고체 전해질 배터리 등 현대차 신사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한다. 중기부는 기술검증(PoC) 비용을 지원하고, 현대차는 성과 우수 기업에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
김동욱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실 부사장은 행사에서 “협력으로 혁신 산업 생태계가 한층 활성화돼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상호 윈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 3월 오영주 중기부 장관이 대구지역 스타트업과 가진 간담회가 계기가 됐다. 대기업 실무 부서 입장에선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오픈이노베이션이 단기 협업에 그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각 지역 창경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에 따라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스케일업 팁스, 아기유니콘 등 중기부가 창업지원 사업으로 발굴한 기업 데이터를 대기업에 제공한다. 사전 탐색 기간을 줄인 대기업은 후보기업 중 수요에 맞는 스타트업을 선발, 협업·투자·사업화 자금 등을 지원한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사이언스파크, KT 등 8개 대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신수정 KT 전략·신사업부문 부사장은 “기업 혼자 힘으로는 스타트업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중기부가 우수 스타트업 후보군을 제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참여 스타트업에 금융·마케팅·시장검증 등 정책역량을 집중한다. 연구개발(R&D)·POC 비용 지원은 물론 기술보증기금 연계 특례보증, 기술보호, 해외 전시회 참가 기회 등 특화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을 돕는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과 연계한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 포스코, 현대차, 롯데벤처스 등은 보유 펀드를 활용해 협업 스타트업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중기부는 대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참여기업에 투자하면 모태펀드에서 같은 금액을 매칭투자하는 밸류업 펀드도 내년 신설한다.
도이치텔레콤과 로레알 등은 협업 스타트업 전용 펀드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재무적 이익도 창출하고 있다. 혁신 제품과 회수 재원으로 결과를 입증하는 하이브리드 오픈이노베이션이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국내에도 자리잡을 전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매칭에 따른 후속 연계 지원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면서 “딥테크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