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개 유니콘 기업 탄생 현장…'홍콩실리콘밸리' 사이버포트에 가보니

홍콩섬 서남쪽에 위치한 사이버포트 전경 (사진=사이버포트)
홍콩섬 서남쪽에 위치한 사이버포트 전경 (사진=사이버포트)
2100개 기업 중 핀테크 20%
특별행정구 전폭적 자금지원
IT 대표기업 네트워크 뒷받침

“상장기업 1개, 유니콘 기업 8개가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2100개 입주 기업 중 20% 이상이 핀테크 기업으로 단연 홍콩 최대 핀테크 산업단지입니다.”

지난달 31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홍콩섬 서남쪽 해안가를 따라 40km를 달리자 사이버포트의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4개 사무공간과 웹3·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리빙랩 등이 한데 모여 활기찬 분위기를 뿜어냈다.

총면적 3만6000평에 달하는 이곳은 내년이면 5만평이 넘게 확장될 예정이다. '사이버포트5'가 신설되면서다. 축구장 약 23개와 맞먹는 규모다.

사이버포트 관계자가 입주 기업 및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사이버포트 관계자가 입주 기업 및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상장사인 고고엑스(GOGOX)도 이곳에서 나왔다. 실시간 매칭 서비스로 혁신성을 인정받아 한국을 포함 싱가포르, 인도에 진출해 아시아 최대 물류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배출한 유니콘 기업은 8개에 달한다. 아시아 유명 여행 플랫폼 클룩, 글로벌 블록체인 벤처투자사 애니모카브랜드가 대표적이다.

1조원 기업 발판이 된 사이버포트 핵심은 자금이다. 사이버포트 매크로 펀드(CMF)는 지금까지 28개 프로젝트에 대해 공동 투자 금액 총 19억4000만홍콩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직접투자를 넘어 투자자 네트워크(CIN)를 통해 총 25억9700만홍콩달러(약 4600억원) 자금을 모았다. 투자사만 200곳이 넘는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향후 5년간 2억6500만 홍콩달러(약 470억원) 정부 지원으로 사이버포트는 매년 90개 기업에 최대 50만홍콩달러(약 8800만원) 자금을 수혈할 예정이다. 막강한 지원 공세로 입주 기업은 지금까지 총 412억 홍콩달러(약 7조3000억원) 투자를 끌어냈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강력한 네트워크도 사이버포트 프로그램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입주 3년 차 알프레드 푼 221B 공동 창업자는 “기술 개발엔 익숙했지만 고객사 발굴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즈니스 매칭·제품 쇼케이스·솔루션 경진대회 등 기회를 제공받아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실제 사이버포트는 홍콩금융관리국, 항셍은행을 포함해 약 110개의 민간 및 공공 부문 기업 회원을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기술 네트워크(CTN) 목적으로 알리바바 클라우드,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40개 굴지의 IT 기업이 일대일 멘토링 및 세미나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지난해 합류한 스테파니 유엔 엔도우어스 홍콩 지사 리더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티그룹 등으로 9500만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며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자문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는 점이 특히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이버 포트는 디지털 전환에도 앞장선다. GS1 홍콩과 협력해 8000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지원한다. 웹3를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도 제공한다.

사이버포트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년 동안 약 130개 스타트업이 신규 입주했다”면서 “막대한 지원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고 스마트 시티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이버포트 안에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웹3 리빙랩, 사이버랩 등이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사이버포트 안에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웹3 리빙랩, 사이버랩 등이 있다. (사진=박유민 기자)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