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가 올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수수료는 TV 매출액의 70%를 넘기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도한 송출수수료 산정으로 홈쇼핑 산업은 병들고 유료방송 시장의 지속가능성마저 저해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홈쇼핑 송출수수료 구조적인 문제점과 해법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주〉
홈쇼핑 업계가 결국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매년 줄어드는 방송 사업 매출과 경기 침체 영향 속에서 해마다 늘어나는 송출수수료 부담을 견딜 여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홈쇼핑 업계는 매년 현실적인 수수료 협상을 제안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고충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7개 TV홈쇼핑 사업자(CJ·GS·현대·롯데·NS·홈앤쇼핑·공영)가 지출한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이다. TV 송출 및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액의 7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즉 홈쇼핑 방송을 통해 100원을 벌면 71원을 수수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특히 지난 2014년과 비교하면 송출수수료 비중은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송출수수료가 86.8% 증가한 사이 방송 매출은 20.8% 줄어든 탓이다. GS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방송 매출 대비 수수료 비중이 88.0%에 달했고 홈앤쇼핑은 87.2%, CJ온스타일 79.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유료방송사업자의 송출수수료 의존도는 해마다 높아진다. 특히 종합유선방송사(SO)의 경우 지난해 홈쇼핑으로부터 받은 송출수수료가 7318억원이다. SO 방송 사업 매출의 42.2%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2014년 대비 9.7%포인트(P) 상승했다. 송출수수료 비중이 50%가 넘는 SO도 존재한다.
반면 SO 방송 수신료 매출 비중은 2014년 45.4%에서 2023년 33.6%까지 줄었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수신료 매출이 줄었으면서 홈쇼핑 송출수수료만 올려 받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TV의 경우 인터넷방송(IPTV)과 복수 가입된 시청자가 많아 사업 경쟁력과 건전성이 많이 뒤떨어진다”며 “케이블TV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보다 송출수수료가 더 높아 채널을 유지할 만한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시장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상반기 대비 0.1% 감소했다. 2015년 하반기 조사 개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특히 SO 가입자와 위성방송 가입자 감소세는 더 뚜렷했다. 지난해 하반기 SO와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3년 전인 지난 2020년 하반기 대비 각각 5%, 8% 떨어졌다. 같은 기간 IPTV 가입자가 약 15% 상승한 점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홈쇼핑 업계마저 비정상적인 송출수수료 지출로 휘청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홈쇼핑 7개 사업자의 합산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9% 감소했다. 업계 빅4로 꼽히는 CJ·GS·현대·롯데홈쇼핑 4사는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취급고와 매출액은 최근 5년 새 최저치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송출수수료 탓에 블랙아웃 사태는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