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닛산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를 미국에 건설 중인 포드 합작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서 저조한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기존 생산 라인을 활용,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닛산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협의하고 있다. 협력사에 닛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장비 견적과 규격에 맞는 부품 개발을 요청하는 등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닛산 배터리 양산 돌입 시점은 2027년 이후로 예상된다. 〈본지 7월 8일자 17면 참조〉
닛산 배터리 생산지는 블루오벌SK 미국 켄터키주 1공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JV) 공장이다. 블루오벌SK 켄터키 1공장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은 37기가와트시(GWh)로, 내년 가동이 시작된다. 켄터키 1공장은 총 16개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일부를 닛산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구상은 SK온이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출범 후 11분기 연속 적자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필요 없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묘책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드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켄터키 공장을 풀가동하지 않으려는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SK온이 켄터키 공장 유휴 라인에서 닛산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면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효과와 함께 새로운 생산 기지를 지을 필요도 없는 만큼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포드의 승인이다. 블루오벌SK 지분은 SK온과 포드가 절반씩 보유하고 있어 공장 라인 전환을 위해서는 포드의 승인이 필수다. SK온은 포드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협의가 끝나는 대로 닛산 배터리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연내 정식 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고객사와 신규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최종 계약 체결 전으로 생산 공장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