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향평가 20년을 되돌아 볼 때, 평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굳건한 제도로 정착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나, 혁신 현장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운영전략은 부재한 가운데, 현재 질적 성장의 정체기를 겪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원장 윤지웅)은 지난 2004년 이래 약 20년의 성과와 한계를 되돌아 볼 필요성이 대두된 한국의 기술영향평가의 질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 및 대안을 제시한 'STEPI 인사이트' 제329호를 발간했다.
저자인 서지영 선임연구위원(미래전략연구단)은 “빅테크 기술, 합성생물학 등 일상생활과 사회체계를 광범위하게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기술혁신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서로 괴리되지 않도록 연계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기술영향평가가 급변하는 혁신 환경을 반영하고 다양한 혁신주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질적 도약을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기술영향평가 발전을 위한 제안: 시행 20년, 그 다음을 위하여'이란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독일 등 해외 각 국에서는 기술영향평가 전문기관을 설치하고, 특징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문성을 증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GAO는 전문가 중심의 전략적 정보생산 기능을, 독일 TAB은 사회기술시스템 관점에서의 정책이슈 도출을, 네덜란드 Rathenau Institute는 과학기술분야 민주적 거버넌스를 위한 사회적 갈등 중재기능을 중요하게 인식한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은 과기부에서 평가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바이오, 나노 분야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기술영향평가를 추가로 시행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실질적으로는 연 1회 정도의 평가를 소수의 전문 인력과 예산에 의존해 수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기술영향평가와 정책을 연결짓는 연계 메커니즘과 평가결과를 연구계 및 산업계,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기 위한 소통전략은 부재하며, 혁신동향과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평가를 자율적으로 설계할 제도적 환경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단지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는 양적인 역량 강화는 실효가 없을 것으로 보고, 평가체계와 제도측면에서 질적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높은 전문성을 갖춘 연구기관 간 협력의 필요성과 연구자가 평가전략을 자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기술영향평가의 발전을 위해 먼저, 과학기술정책 거버넌스와의 연계체계 측면에서 평가와 정책 간 연계 강화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중개기능 활성화, 다양한 정책수요에 탄력적 대응을 위한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 완화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기술영향평가 수행체계 개선 방안으로는 기술영향평가뿐만 아니라, '예견적 거버넌스' 지원을 위한 전반적 지식 생산 시스템 구축, 연구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 평가결과의 정책적 함의 도출 및 대안 구체화를 위한 후속연구 강화를 제안했다.
고도화 방안으로 혁신의 미래 전망과 영향평가를 위한 전문연구조직 설립, 대상기술 혁신의 사회적 가치 평가를 위한 평가프레임 개발 연구 강화 등을 내놓았다.
서지영 위원은 “기술영향평가의 성과를 단지 정부사업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로 볼 것이 아니다”라면서 “과학기술 부문의 혁신이 추구해야 할 사회적 가치를 탐색하고, 사회혁신의 수요를 기술혁신에 반영하는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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