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7년 전후로 인공지능(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현재 추진 중인 운영개선(O/I)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2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4 CEO세미나' 페회식에서 이같이 강조했다고 밝혔다. CEO 세미나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열려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리고 주요 계열사 CEO 등 최고경영진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6월 경영전략회의, 8월 이천포럼과 함께 SK그룹의 주요 연례 행사로 꼽힌다.
최 회장은 이날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이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O/I를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O/I는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위해 재무제표에 나오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되지 않지만 경영의 핵심 요소인 '기업가 정신',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는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리고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DC)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향후 핵심 과제로 △반도체 설계, 패키징 등 AI 칩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약 84조원에 달했던 그룹 순차입금은 손익 및 현금흐름 개선, 자산 매각 등 운영개선 활동을 통해 올 2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3분기 말에는 70조원대로 낮아지는 등 주요 재무지표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219개였던 계열사 수도 올 연말까지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EO들은 잉여현금흐름(FCF) 극대화 등 'O/I 1.0' 활동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고 앞으로는 제조, 마케팅 등 '운영 역량'을 제고하는 'O/I 2.0'을 통해 본원적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경영진들은 SK와 우리나라가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수출 확대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룹 차원의 수출역량 결집과 사업 간 시너지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SK 계열사뿐만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데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수출액 96.8조원을 기록했으며 대한민국 수출(828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고부가 제품 확대, 동남아·중남미 등 신규 시장 개척으로 수출액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지난해 27조원을 기록한 수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다양한 사업 밸류체인 간 협력을 통한 혁신적 제품 개발, '솔루션 패키지'를 활용한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의됐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하반기 이후 선제적인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견디면 미래에 더 큰 도전과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