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의약품 소매시장이 8조원에 육박,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판매액 역시 처음으로 3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고령화 등에 따른 의약품 수요가 지속 증가한 데다 의정갈등, 코로나19 재유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의약품 소매 경상금액(판매액)은 7조9438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7% 성장했다.
3분기 판매액은 통계청 집계 이래 분기 실적으로 최대다. 종전 최대치였던 올해 2분기(7조6160억원)보다 3000억원 이상 많았다.
국내 의약품 소매시장은 제약사가 의약품 유통(도매)업체를 통해 병·의원, 약국에 공급하는 것을 제외하고,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최종 소비자(환자)에 유통되는 영역이다. 99%가 약국에서 공급된다.
분기별 의약품 소매 판매액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1분기만 하더라도 5조원대(5조7481억원) 수준이었지만, 유행이 급격히 확산한 2021년 2분기 첫 6조원(6조253억원)을 돌파했다.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2022년 1분기 7조4891억원까지 성장했다. 분기별 7조원 초·중반을 유지하다 올해 3분기에는 8조원대에 육박했다.
소매 시장이 올해 급속도로 성장한 것은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 등 의약품 수요가 지속한 가운데 올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형병원 진료가 차질을 빚으면서 장기 처방 환자가 늘어나고, 상비약을 비축하려는 수요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8월말 절정을 기록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백신과 치료제, 감기약 구매도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전체 시장 규모가 사상 첫 30조원을 넘어설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소매 판매액은 29조3707억원으로 전년(29조3479억원) 대비 소폭 성장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23조13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조7618억원과 비교해 6.3% 높다. 통상 4분기가 독감 등 계절적 요인에 더해 의약품 비축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사상 첫 3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전체 시장은 처음으로 30조원(31조4513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원료의약품·일반의약품 수요가 크게 높아진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의 해외 진출까지 확대되며 생산실적(30조6303억원)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게 크게 작용했다. 국내 의약품 유통만 해당하는 소매시장이 30조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상황에 의약품 전체 시장 역시 지난해를 넘어 역대 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령화 등 요인으로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의약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면서 “올해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은 장기 처방 환자 증가와 함께 여름철 전염병 유행, 일부 필수의약품 약가 인상 등이 영향을 미쳤는데, 4분기 역시 이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