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구본경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이 유럽연구위원회(ERC) 기초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ERC 시너지 그랜트 2024'에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국내 기관 소속 연구자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본경 단장을 포함, 한-유럽 4개 연구그룹으로 조직된 클론이스케이프(ClonEScape)팀에 6년간 1000만유로(약 149억원)가 지원된다.
구 단장은 유전자 교정 생쥐 및 오가노이드(유사장기) 모델을 이용한 위장관 내 성체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자체 고안한 '모자이크 유전학'으로 생쥐 모델 암 발생 초기 단계 추적에 성공한 바 있다. 2022, 2023년에는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로 꼽히기도 했다.
ERC 시너지 그랜트는 유럽연합(EU) 최대 연구·혁신 프레임워크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포함된 연구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서로 다른 배경의 연구자들이 협력해 혁신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예산이 약 160억유로에 달한다.
이번 ERC 시너지 그랜트 2024에는 구 단장을 비롯한 전 세계 24개국에서 57개 팀, 201명이 선정됐다. 구 단장은 2015년 신진 연구자를 지원하는 ERC 스타팅 그랜트에 선정된 데 이어 두 번째 ERC 그랜트에 선정됐다.
구 단장은 2025년부터 벤저민 사이먼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마리아 알코레아 케임브리지 줄기세포 연구소 그룹리더, 다니엘 슈탕거 독일 드레스덴공대 의대 교수와 함께 모자이크 유전학을 활용한 암 발생 기전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암을 일으키는 클론을 최초 세포부터 추적해 암 씨앗 세포가 어떻게 인체 면역 장벽을 뚫고 암세포 클론으로 성장하는지, 이 클론이 자라 어떻게 다른 세포와 경쟁하거나 다양한 변이를 축적해 암으로 성장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밝혀낼 계획이다. 암 예방, 조기 진단,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기초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마리아 렙틴 ERC 의장은 “여러 학문과 국가, 심지어 대륙을 넘어선 뛰어난 연구자들이 ERC 시너지 그랜트를 통해 한 팀이 돼 난제 해결을 목표로 협력한다”며 “선정자 모두에 축하를 전하며, 이들이 지식의 경계를 넓혀가는 과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본경 단장은 “암 발생 근본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가진 연구자들과 협력해 암의 기원을 이해하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혁신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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