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지식재산 전문가가 인공지능 전환(AX) 시대를 맞아 역내 성장과 혁신을 지원하는 견고한 지식재산 환경 구축을 강조했다. AI 기술 확산으로 일어나는 일부 부작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지식재산 모델을 만들자는 제언이다. 이를 통해 한·아세안 연대를 강화하고 상호 이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자신문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2024 한·아세안 지식재산 협력 컨퍼런스'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와 'AX 시대, 지식재산 발전 방안'을 주제로 온·오프라인 좌담회를 가졌다. 한국 측 전문가로는 김지수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유병한 지식재산단체총연합회(지총) 수석부회장(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장), 전종학 지총 대외협력부회장(세계한인지식재산전문가협회장), 해외 전문가로는 소카르 량(Soh Kar Liang) 싱가포르 아세안지식재산권협회 전 회장, 쪼 데와(Kyaw Dewa) 미얀마 상공회의소 공동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생성형 AI 기술 등장으로 AX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김지수=AX 시대 도래로 AI 기술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는 기대감과 위협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대감 측면에서 생성형 AI는 사람의 능력을 확장해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기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져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고,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을 통해 더 많은 경험을 누릴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일부 직업군에서는 고용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만든 가짜 뉴스나 허위 정보가 증가하면서 정보 신뢰도가 떨어지고, 개인정보 악용 우려도 커졌다.
기대감과 위협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AI가 가져오는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잠재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과 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소카르 량=기회도 있지만 분명 도전도 있다. 가령 생성형 AI 유행에 편승해 비밀 정보를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데이터나 지식재산 보호에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쪼 데와=AI 기술 통합으로 인해 지식재산 시스템은 여러 시급한 문제와 마주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소유권을 결정하는 것이다. AI 개발자, 사용자, AI 자체가 결과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면 전통적인 지식재산 체계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AI를 이용한 위조품 생산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여러 아세안 국가에 중요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속과 모범 사례를 공유해 역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세트에 의존하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법 준수가 필수다. 혁신과 개인의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AI 발전으로 지역 내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도 있다. 모든 아세안 국가가 AI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AI가 지식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식재산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촉진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가 이러한 과제에 직면한만큼 대화와 협력을 통해 AI 시대 혁신을 앞당길 수 있는 지식재산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한·아세안 지식재산 비전'과 협력 사무국 설치 의미는.
▲유병한=한·아세안은 지식재산 산업과 지식재산 산업군을 함께 키워야 한다. 지식재산 산업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전통 문화유산과 콘텐츠,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저작권의 부가가치는 지식재산 산업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따라서 한·아세안 지식재산 협력은 AX 시대 기술 혁신과 지식재산권 가치를 높일 준비를 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제는 K-콘텐츠와 아세안 국가의 전통 문화유산이 다음 세대의 혁신을 주도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아세안은 민간 중심(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고 지원해주는 민간 선도형) 정보교류와 공동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콘퍼런스 수준의 교류 형태를 포럼으로 격상하고, 지난 2년 동안 한-아세안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협력 아젠다를 제시해왔던 지총이 민간 협력사무국(한·아세안 지식재산포럼 운영사무국)이 돼 각국 정책, 교육, 정보의 원활한 교류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국 지식재산 제도에 대한 이해와 보호, 상호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총 한·아세안 지식재산포럼 운영사무국은 한국의 강력한 콘텐츠 산업을 바탕으로 아세안 지역과 협력과 교류를 확산하는 등 명실상부한 지식재산 산업의 키스테이션(지식재산 공급망 허브)이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아세안은 다양한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전종학=한·아세안 지식재산 법령정보와 보호정책 정보교환은 관련 산업의 상호발전과 분쟁해결 체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첫 걸음이다. 지식재산 기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최신 제도와 정책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식재산을 활용한 혁신 산업의 예측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한·아세안 간 투자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아시아 지역 경제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더불어 한·아세안 전문가 교류 및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 세미나 및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창의성과 혁신을 공유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논의를 이어가겠다.
나아가 지식재산 국제기구와 협력해 아시아 지역 영향력을 확대하고,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방안을 찾겠다.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는 한·아세안이 지식재산을 통해 상호 보완적으로 경제·사회적 발전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아세안 입장에서 협력 사무국의 주요 과제는.
▲쪼 데와=사무국 설치는 한·아세안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지식재산권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첫 현안은 회원국 간의 IP 관련 법률의 조화다. 이는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중소기업의 국제 무역과 투자를 촉진할 것이다. 강력한 IP 체계로 널리 알려진 한국과의 협력은 귀중한 통찰과 모델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세안 국가의 지식재산권 제도 발전 단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통한 역량 강화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혁신을 장려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사무국은 한국과 아세안 기관 사이 기술이전과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국가별 강점을 활용하는 파트너십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 제작자,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중요성 인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인식이 낮은 일부 국가에서는 교육 캠페인이 지식재산권 존중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AI 부상에 따라 디지털 분야에서 저작권, 특허권, 단속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무국은 지식재산권 체계 조정에 관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위조와 불법 복제에 대처하려면 지식재산권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한·아세안 국가의 우수사례, 경험을 공유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단속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지식재산 분야 정부와 민간 협력의 중요성은.
▲김지수=한·아세안 교육, 인재양성, 공동연구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정부의 지원은 민간이 목표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책·재정적 기반을 제공한다. 특히 민간에서 초기 자금 조달과 안정적 환경 구축이 어려운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부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법·제도 환경을 마련해 민간이 장기적인 교육과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과 연구는 한두 해 내에 성과가 보이는 분야가 아니다. 정부 정책 지원을 통해 민간의 리스크를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협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는 국제 네트워크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한다. 아세안 국가들과 네트워크 구축 및 교류 확대는 민간의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이다.
민간이 정부의 지원 하에 아세안 지역의 기업이나 인재와 직접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공동연구와 인재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며 양 지역 상호 발전이 촉진된다.
정부는 또한 교육 인프라 제공과 프로그램 개발 지원을 통해 민간이 아세안 지역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교육과 연구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최신 기술과 교육 콘텐츠를 아세안 지역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데에는 정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각국의 산업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민간에 지원함으로써, 실제로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민간 협력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과 책임 있는 성장을 촉진한다.
정부는 민간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장려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결론적으로 한·아세안 비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간이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과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민간은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양 지역은 상호 발전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컨퍼런스를 포함해 향후 한·아세안 지식재산 분야 협력 계획은.
▲유병한=지난해 지식재산 협력 컨퍼런스는 전통·문화·신기술의 조화와 혁신을 주제로 민간 전문가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속적인 교류 협력을 위한 체계를 마련했다. 올해는 지식재산 분야 협력을 통해 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AX 시대의 지식재산 협력과 기술 혁신을 주제로 대규모 민간 협력의 장이 됐다.
AI가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만들어내는 혁신적인 기술과 데이터가 지식재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거대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가 등장했다.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수집한 거대 학습데이터뿐 아니라 AI가 창출한 기술, 콘텐츠에 대한 지식재산권적 논의, 인간 창작과의 관계성 등에 대한 논의를 거스를 수 없다.
지식재산 산업은 AI 기술 발전과 안전한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작용하며, AI 혁신을 지속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한·아세안 지식재산 협력 컨퍼런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세안 국가가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전종학=한·아세안 지식재산 협력 강화를 위해 각국의 환경에 대한 상호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아세안 국가 입장에서는 서구 선진국의 법·제도 보다는 문화적 공통점이 많고 서구 선진국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갖춰 온 한국의 지식재산 제도 및 보호 시스템이 현실적 참조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간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의 심사공유 및 상호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며 서로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국제경쟁력을 상호 증진시키는 것이 목적이 될 것이다.
지식재산권이 한국과 아세안 국가 양측에서 효과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지식재산 분쟁 예방 및 해결을 위한 공동 연구로 기업과 창작자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문화 콘텐츠 분야 협력을 통해 한·아세안 문화 교류를 촉진해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증진시키고,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한 경제·문화적 성장을 견인하며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데 일조하길 바란다.
-한 아세안 지식재산 컨퍼런스에 대한 기대는.
▲소카르 량=지난해와 올해 컨퍼런스는 한·아세안 지속적인 협력의 선례가 됐다. 참가자들에게 IP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이슈를 주제로 내세워 핵심 사안에 정면 돌파하는 의지를 보였다.
▲쪼 데와=컨퍼런스를 통해 지역의 혁신과 창의성 촉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역 산업이 번창하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 컨퍼런스에서 아세안의 다양한 경제·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포용적 논의를 함으로써 모든 의견을 듣고 대변해야 한다.
컨퍼런스는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비롯해 보다 광범위한 목표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IP 정책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후속 워크숍이나 공동 프로그램 등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IP 분야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연대를 강화하고 상호 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리=임중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