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상법 개정 드라이브에 재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동시에 '주주 충실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당내 전담반 출범과 함께 오는 8일 토론회를 예고하면서 개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6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개인 투자자 보호 및 기업 지배구조 개선 TF'는 오는 8일 상법 개정안 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일 이재명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꺼내든 연내 상법 개정 방침이 나온 직후부터 정치권으로부터 토론회 개최를 위한 각종 자료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은 총 20여건에 이른다. 각 법안 모두가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날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상법 개정 TF의 위원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주주간 이익침해 금지의무 신설 △주주총회 통지기한 확대 및 주주제안 기한 단축 △이사 보수 규제 강화 △상장회사 임원 자격 제한 △집중투표제 규제강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및 다중대표 소송 청구요건 완화 △합병 등 조직 개편시 최대주주 등 합산 3% 의결권 제한 등 모두 재계가 난색을 표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8일부터 이어질 토론회와 향후 법안 병합 등을 거쳐 도출될 더불어민주당의 최종안도 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법안 수준이 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은 이미 현행법을 통해 규율 가능하다”면서 “불필요한 중복·과잉 규제로 기업 경영을 과도하게 위축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제계는 전문가들을 동원해 야당발 상법 개정 드라이브가 국내 기업에 미칠 악영향과 부작용을 알리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법무법인 광장은 이날 '지배구조 규제 강화,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경천 광장 변호사는 이사 충실 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현행 상법 개정안만으로는 이사가 충실의무 준수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주주들이 이사의 책임을 과도하게 추궁할 수 있다는 우려로 회사의 자본거래 자체가 저해될 수 있다”면서 “이사 충실의무 확대를 직접적으로 규정할 경우, 다양한 역효과가 우려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계 반발이 거센 만큼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오 의원을 비롯한 야당발 상법 개정안에 한국경제인협회를 비롯해 상장사협의회,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는 연일 반대 의견을 표하는 건의서를 국회에 전달하고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