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현금결제 없이 여행이 어려운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현 시점에서 사실과 다르다. 특히 컨택리스(Contactless)나 오픈루프(Open loop)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 대비 상당히 뒤쳐져 있다. 관광객 방문이 많은 후쿠오카 지역은 현금결제 없이 이동·식사·관광·쇼핑 대부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최근 후쿠오카시 지하철은 대대적으로 오픈루프 홍보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비자와 더불어 신용·직불카드 글로벌 시장 점유율 90% 차지하고 있는 마스터카드가 오픈루프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열차 내부에는 7개 결제사 마크가 표시된 안내 배너가 매 칸마다 설치돼 있고, 일부 열차는 마스터카드와 컨택리스 로고로 디자인 랩핑된 열차도 볼 수 있었다. 해당 열차에 표기된 슬로건은 'Tap, Go & Play Fukuoka', 이동 외에도 많은 카테고리에서 탭 결제를 지원한다는 의미다.
카드 후면에 와이파이 모양 컨택리스 마크가 있고, 비자 혹은 마스터카드 해외겸용 발행을 한 카드라면 대부분 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각 역마다 개찰구 측면에 EMV 컨택리스 단말기가 설치돼 있고, 정상결제가 이뤄졌다면 녹색 불, 문제가 있다면 적색 불이 들어온다. 첫 사용에는 체크카드에 잔액이 없는 상태에서 결제를 했더니 적색 불이 들어왔는데, 카드 계좌에 외화 충전을 하고 재결제하자 교통비로 1엔이 찍혀나왔다. 가결제를 하고 추후 정산일에 처리가 되는 시스템으로 추정된다.
후쿠오카는 공항선을 포함 지하철 3개 노선 36개역 전역에 이와 같은 오픈루프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시범도입을 했고, 결제 단말기를 갖춘 것도 지난해 3월이다.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 덕분에 1회용 승차권 발매기 앞은 혼잡도가 줄어들어 한산해졌다.
후쿠오카 지역은 도쿄 등 주요 대도시와 비교해도 결제 시스템이 진보한 편이다. 도쿄의 경우 아직 주요 관광지는 현금만 가능한 곳이 많고, QR코드나 IC카드 단말기가 점진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후쿠오카 지역 주요 식당이나 쇼핑센터 대부분은 EMV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추고 있어 카드를 '꽂지' 말고 '터치'해 달라는 안내를 받게 된다. 하카타 역 인근이나 유명한 쇼핑센터인 커넬시티, 라라포트 등에서는 터치기능만 단독으로 갖춘 카드 단말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변 관광도시인 뱃부나 유후인 등지에서는 카드 단말기 보급이 더디지만, 이 경우 온라인에서 패스를 결제하고 QR코드를보여주면 실물로 된 교통패스 혹은 관광패스를 발급받을 수 있다. 뱃부나 유후인에서 후쿠오카 공항으로 이동하는 고속버스도 같은 방식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일본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비자와 함께 오픈루프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8월 기준 100여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지난달 말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 12개 철도사 전철에서도 비자 컨택리스 카드를 활용한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이 이용 가능해졌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